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 증후군아, 물렀거라!

2010-07-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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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이나 되는 여름방학이 벌써 절반여나 지나갔다. 여섯 아이 중 셋이 초, 중,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생인 큰 아이 둘이 기숙사 이삿짐까지 들고 들어오니 집안 남은 공간까지 박스로 가득하지만 여덟 식구가 오랜만에 함께 모여 행복을 지지고 볶는 냄새가 그야말로 깨소금 맛이다.

역시 식구는 모여 살아야 제 맛이 나는가 보다. 어느새 엄마 키를 훌쩍 넘어버린 다섯 아이들에 둘러싸인 ‘해피 마미’가 되었다. 엄마보다 크다고 우기며 하루에도 몇 번씩 키를 재자는 막내딸도 대견스럽기만 하다.

언제 이렇게들 다 커버렸는지.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사이에 보이지 않게 늘어나는 아이들의 신장에 엄마의 ‘기쁨 그래프’도 비례해서 높아진다. 여름방학은 더위와 맞물려 집집마다 엄마와 아이들이 ‘방학증후군’으로 힘들어 하는 시기다.


증후군이란 몇 가지 증상이 늘 함께 나타나지만,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아니하거나 단일하지 아니한 병적 증상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90% 이상의 대학생들이 경험한다는 ‘긴방학 증후군’은 ‘귀차니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불규칙한 생활을 조절하지 못해 오는 증상이다. 모든 것이 편해졌다는 21세기의 현대인들이 안 보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치 못해 수십 가지 증후군으로 몸살을 앓는 현상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왜 그렇게 다들 병명도 알 수 없고 약도 없다는 증후군으로 고생을 하는 것일까? 흔히들 말하는 스트레스도 주원인이겠지만 결국은 마음이 건강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은 아닐까?

성경 잠언에도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용사보다 낫다’는 말씀이 있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음식과 집, 자동차, 의복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우리 모두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엔 이 일이 더욱 힘들다. 더구나 어려운 일을 만나면 마음이 요동을 치게 된다.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들 말하면서도 그 작은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평범한 일상을 감사로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이 그 모든 증후군을 넉넉히 이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약 아닐까? 비록 부자는 아니어도 풍요로운 땅 미국에서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 종일 감사할 일이고, 수재는 아니어도 건강하게 학교에 잘 다니고 졸업할 수 있는 자녀는 모두 효자, 효녀들 맞다.

거의 매일 차를 타고 다니는데 큰 사고 없는 일 또한 놀라운 은혜다. 따지고 보면 범사에 별 일 없이 지낼 수 있는 모든 것이 역시 특별한 행복의 조건들이다. 행복은 이미 이룬 것을 감사할 때 찾아오는 것이며, 희망은 아직 이루지 못한 것에서 가능성을 볼 수 있을 때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기분과 날씨, 상황에 상관없이 밤새 자고 일어나면 자기 분량의 성장을 계속하는 식물을 보면서 ‘성실을 식물 삼아’라는 성경구절의 깊은 뜻에 감격한 적이 있다. 별 볼일 없는 일상의 범사에서 감사를 고백할 수 있을 때 우리 마음은 힘을 받고 건강하게 자라간다.


정한나 / 남가주광염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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