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를 부르는 말들

2010-07-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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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 (조선족)

잘 하면 천냥 빚도 갚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잘못하면 힘들여 쌓아 올린 모든 공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신세까지 망쳐버릴 수가 있다.
요즈음 한국을 바라보면 말을 잘못해놓고 이미 엎지른 물이 된 말을 주어 담느라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딱하다. 잘못 꺼낸 말을 주어 담으려고 하는 말은 하면 할수록 궁색한 변명으로 들려 듣는 이로 하여금 점점 혐오감만 주는 것이 들을 수록 허망하고 한심하다.하나는 전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이었던 허정무감독의 8월호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히딩크가 한국축구를 말아먹었다”라고 한 말이다.

“멀리 보며 인재양성에 힘을 적게 들이고 단기적인 효과만 노렸다”는 의미의 이 말이 물론 인터뷰를 기사화하면서 부풀린 점이 없지 않겠지만 히딩크가 누구인가. 한국축구를 4강까지 끌어 올려 전 한국 국민들을 열광시켰고 전 세계가 놀라고 감탄했던 명감독이 아닌가! 그는 이미 한국 국민들 마음속에 거의 우상처럼 자리잡고 있는 존재다. 그러니 “히딩크가 한국축구를 말아먹었다”라고 한 말이 축구팬들과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기에 너무나 충분하지 않
은가. 더군다나 감독이라는 같은 위치에서 한 이 말은 자기를 올리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는 듯한 인상을 주어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5000여개의 댓글들이 허정무를 비난하고 욕을 하는 바람에 국내 감독으로서 한국축구 원정사상 첫 16강을 달성해 놓고도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어가며 자신의 위상을 실추시켰다. 말 한마디에 영웅에서 마치 역적이 된 느낌이다.또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의원이 한 성희롱 발언이다. 4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친이계의 강용석 의원이 아나운서 지망생들과의 모임에서 나온 여성 비하적인 성 폭언 관련 발언이 그것이다 “아나운서 하려면 이것 저것 다 줘야 하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가?” “심사관은 능력보다 얼굴만 본다” 등등이다

이 말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강의원은 한나라당과 국회의원에서 모두 제명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아나운서 협회, 각종 여성단체, 야당 모두가 들고 일어나며 한국이 온통 난리로 들끓고 있다. 지금 강용석의원은 관련 학생들에게 전화하며 협박, 회유하고 기자를 고소한다고 하는 등 안간힘을 쓰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도유망한 젊은 국회의원이 평생 쌓아 올린 정치기반이 말 한 마디에 이렇게 무너지게 생겼다. 너무나 무서운 말, 말 들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세치 혀로 사람도 죽인다고 하지 않는가. 말, 말, 조심하라 이것이 인격이고 수양이고 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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