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여성 비하와 성희롱

2010-07-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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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한국 국회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이 언론은 물론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지난 16일 대학생들과 행사를 끝내고 뒤풀이 자리에서 그가 뱉은 말들은 여성들이 듣기에 즉각 거부반응이 오는 말들로 점철되어 있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한 말. “아나운서는 몽땅 줘야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그 말 외에도 ‘토론할 때 패널 구성은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 이러한 구성이 최고다. 그래야 시선을 잡을 수 있다’, ‘심사위원은 외모가 뛰어난 학생에게 관심을 둔다’, ‘대통령도 예쁜 여학생 연락처를 알려고 했을 것이다’, ‘나경원 의원은 예쁘지만 키가 작다’ 등등 차마 입에 올리기 민망한 말을 했다고 한다.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그를 명예 훼손제로 고발했고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그를 제명했다. 비단 이번 일말고도 장관, 국회의원, 교수들의 여성 비하 발언과 성희롱이 종종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왔다.


나 역시 직장 생활 30여년을 해오는 동안 수많은 여성 비하 발언과 성희롱 사건을 보아왔다. 80년대 초 남자 사진기자와 여자 기자가 패션촬영을 하다가 일이 진행이 안되며 서로 다툰 일이 있었다. 성질 급한 남자는 징징대고 깐죽대는 여기자에게 ‘ㄴ’ 자 들어가는 욕을 했다. 그 다음날 아침 그 여기자는 자판기에서 뽑아든 커피 한 잔을 “화해하자고 커피 주는 거야. 좋지”하며 다가서는 남자기자의 새 양복 위로 와락 부어버렸다. 두사람 다 시말서를 썼지만
그 이후 그 여기자에게 그 사건은 주홍글씨처럼 몇 년을, 아니 지금도 따라다닐 것이다.

다른 사진기자들이 일을 함께 하지 않으려고 하고 본인도 소외감을 느껴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던 중 다른 신문사로 출근하기 전날 입사가 거절됐다. 그 신문사 사진부 기자들이 ‘그 여자 들어오면 우리가 사표 냅니다’며 결사반대 했던 것. 결국 그 여기자는 아주 나중에야 사보 만드는 곳으로 이직해갔다. 그때 남자들이 가장 분노를 느낀 부분이 ‘여자가 감히 남자에게?’ 였던 것이다. 아무리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언론사라도 남자, 여자 부분에서는 늘 남자 손을 들어주었다. 그것은 엄연한 성차별임에도.

또 하나는 뉴욕에서 후배 여기자가 플러싱의 7번 전철 종점이 새로 단장을 하면서 취재를 갔다가 지하철역의 흑인 직원과 대판 싸운 일이 있다. 취재를 하던 중 상대방을 지칭하는 말이 나오자 그 역무원이 여기자에게 ‘걸’이라고 했다고 한다.“내가 왜 걸이냐? 나는 걸이 아니다. 나는 기자다.”취재 도중 나온 그 단어는 나쁜 의미가 아니라 그냥 젊은 여자라고 할지라도 당사자인 그녀는 심한 모멸감을 느꼈기에 싸웠을 것이고 성희롱을 받은 것이다.

사실 직장 여성들은 그렇다.여자가 아닌 그저 대등한 인간으로 대해 주길 바란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일하는데 상사나 동료로부터 ‘여자라서’, ‘어디서 여자가’ 하는 말을 들어보라. 이런 여성 비하 발언을 지나쳐 직접적인 성희롱을 당한다 하자. 그 모욕과 불쾌감은 이루 말할 데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아무도 가만있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사진도 찍어 바로 인터넷에 올리는 세상이니 입버릇, 손버릇, 술버릇 나쁜 사람들은 조심할 일이다.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란 용어는 1970년대에 미국의 페미니즘에 의해 창안되었고 남성 상사, 동료 등에 의한 여성 근로자에 대한 성적 제안 및 농담, 추파, 신체접촉부터 강제적 성관계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요즘은 여자상사로부터 남자 후배가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당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아무튼 지금부터 오욕의 나날을 보내게 될 강용석 국회의원. “허우대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입이 어찌 그리 시궁창이냐” 하면 남성 비하 발언이고 성희롱이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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