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가 본 라이온스

2010-07-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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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근(뉴욕한국라이온스클럽 회장)

이민생활을 시작한지 35년이 지났다. 청년으로 이 땅을 밟아 지금 중년의 내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어느덧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여 각자 자신들의 직장을 따라 떠났고 막내만 대학원 기숙사에 남게 되었다. 그런 어느 날 한 잡지의 설문 조사가 내 눈길을 끌었다. “당신에게 다시 젊어질 기회가 온다면 몇 살로 돌아가고 싶은가?”많은 사람들이 2,30대라고 생각하겠지만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50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유는 50대가 되면 자녀도 다 키우고 가정 기반도 다 잡혀서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다. 이제는 나만을 위해서 살고 싶다. 책도 읽고 여행도 가고 골프도 치고… 그런데 얼마 전 나는 그것들 못지 않는 큰 기쁨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남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을 때 얻게 되는 작은 행복감이란 것이다.2년 전 라이온스 클럽에서 32명의 5 세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Sleepy Eye검사를 한 적이 있었다. 국제 라이온스 클럽의 보조로 하고 있는 이 봉사는 어린 아이들의 실명을 방지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Sleepy Eye는 한 쪽 눈이 다른 한 쪽보다 월등히 강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한 쪽만 씀으로 약한 쪽은 자연히 눈의 기능을 잃게 되는 병이다.


이 검사를 위해 몇 멤버들은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아 아이들의 눈 사진을 정확히 찍어 줄 수 있었다. 그 중 2명의 아이들에게서 Sleepy Eye가 발견되었고 그 후 그들은 안과 의사의 치료로 실명을 방지할 수 있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밝은 햇살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또 지난 추석맞이 대잔치 때 나는 라이온스 클럽에서 주관하는 한인 대상 무료 당뇨 검사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그 날은 마침 비가 와서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못했는데 그 때 한 청년이 삼촌과 함께 잔치 구경을 왔다가 우리 부츠 앞을 지나가면서 당뇨검사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몇 마디의 권유로 그 청년도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 날 무심코 한 검사에서 그는 자신의 높은 당뇨 수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위험 수치까지 당뇨가 높았지만 젊다는 이유로 정작 본인은 짐작조차 못 했던 것이었다. 그 때 그 청년의 당황한 얼굴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 날 그 자리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어서… 지금쯤 그는 전문의의 도움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난 70년대 이민 붐을 타고 미국에 온 우리들. 이제 가장의 의무도 다 했고 더 이상 앞만
보고 달릴 일이 없는 중년들이 아닌가.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봉사함으로써 마음의 행복을 얻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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