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담배 한 갑에 세금이 7달러라니

2010-07-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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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경제팀 차장대우)

세금 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돈이 많은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얼마 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세금 떼이는 것은 더 가슴 아픈일이다. 기자도 늘 주급 명세서를 볼 때마다 “아니 쥐꼬리 만한 봉급에 뭔 세금을 이렇게 많이...” 하며 항상 한숨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신념은 ‘세금 적게 내고 그 대신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라는 식의 사회보다는 버는 만큼 많이 떼이더라도 교육, 의료, 연금 등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망이 탄탄한 사회가 더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탈세하는 고소득층은 정말 사회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세기말’에 나오는 땅부자의 주옥같은 대사, “오까네 가진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아나? 내 돈 넘 주는거”처럼, 이 인간들은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남에게 뺏기는 것처럼 아까워한다. (단지 현금으로 이익 실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 한 채 밖에 없는 가난뱅이’, ‘세금폭탄’ 운운하며 종부세 안낼려고 온갖 엄살을 떤 사람들도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우리 부모님 포함이다) 가뜩이나 돈이 넘치는 최고소득층에게 수백,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뭉텅 돌려주며 사회복지 예산은 왕창 삭감한 부시 전대통령 같은 이도 싫어한다. 고소득층이 소비를 해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이른바 ‘트리클링 다운’ 이론의 신봉자들은 솔직히 말해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그 밑의 없는 놈들도 손에 돈 좀 만져본다”라는 천박한 경제 논리의 신봉자들처럼 생각된다.


이처럼 세금에 대해 나름대로 ‘관대’한 기자도 답배 한 갑이 12달러가 되니까 억 소리가 난다. 배보다 배꼽이라더니 담배 한 갑에 세금만 7달러인 셈이다. 신념대로라면, 담배값 인상은 흡연율 저하에 도움이 되고 또 내가 낸 세금은 시와 주 재정에 보탬이 되니 일석이조로 좋다고 해야겠지만, 흡연자의 한명으로서 그런 입바른 소리가 쉽게 안 나온다. 신념은 자신의 이익과 충돌될 때에도 지켜야만 진정한 신념인 것을...

담배 뿐 아니라 탄산음료에 온스당 부과될 것이라는 소다세, 배출한 탄소량에 따라 기업이 비용을 내야하는 탄소세까지 만만찮은 저항이 따를 세금이 줄줄이 준비중이다. 작은 델리 업주건 큰 기업주건 건강과 환경 등 사회에 부담을 주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때는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그렇게 지불한 댓가는 결국 그 사회의 부담을 줄여드는 비용으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누군가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잘난척 하지 말게. 탈세는 범죄지만 절세는 요령이라네. 그리고 세금 7달러씩 내면서 담배 사피지 말고 이번 기회에 몸 생각해서 끊으세요, 한심한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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