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기방문 한인들의 사고(思考)

2010-07-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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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 (법정통역)

형사법원에 일하다 보면 몸에 밴 한국의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 때문에 경을 치는 한인들을 만나게 된다.백화점에서 물건 값을 지불하지 않고 나오다 절도죄로 잡혀오는 한인들은 거의 모두가 갓 미국에 도착한 방문객이나 단기연수 학생들이다. 이들은 이곳의 백화점의 경비가 아주 허술하게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줄로 알고 도적 마음이 발동한 경우이다. 이곳 백화점의 경비가 이처럼 허술할 턱이 없는데도 막 도착한 방문객들은 그런 걸 모르고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 있다. 하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지식층까지 끼어 있는걸 보면 이
런 현상은 거의 일반적이라 생각된다.

또 한 가지, 이곳에서 사람끼리 부딪치는 때에 유의해야 할 처신이다. 한국에서 복잡한 인도에서나 백화점 같은 곳에서 사람끼리 부딪치는 것은 당연히 보통으로 치부하고 때로는 거의 고의적이라 할 만큼 심한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그냥 넘겨버리는 것이 생활 습관이다. 그러나 이곳 미국에서는 다른 사람과 부딪치는 것은 꽤나 큰 실례에 속하며 부딪쳤을 경우에는 적어도 미안하다는 사과표시를 해야 하는 것이 이곳의 풍습이다. 이는 각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하철 같은 복잡한 곳에서라도 지나치다 몸이 부딪치면 이곳 사람들은 반드시 “I am sorry!” 나 “Excuse me!” 하며 용서를 구한다. 이럴 경우에 이곳에서 그냥 모른 척 지나다가는 교양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것은 약과이고 잘못하면 고의로 부딪친 걸로 크게 오해를 살수도 있다.플러싱의 한 붐비는 실내 경마장인 OTB에서 한 방문 한국인이 이런 실례를 무심코 지나쳤다
가 큰 봉변을 당한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에는 사람들로 붐벼서 사람들 틈새로 비켜가야 할 정도였는데 흔히 한국에서 하던 버릇대로 사람들을 조금 밀치면서 안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안에 들어섰을 때 옆에 서있던 한 미국 여성이 큰 소리로 이 사람에게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문을 열고 밀치고 들어오면서 그의 팔꿈치로 그녀의 유방을 건드렸다고 불평한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미안하게 되었다고 사과하고 일은 마무리되었다. 며칠 뒤에 다시 이 사람이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역시 그때처럼 붐비고 있어서 역시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좀 비비고 들어선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조금 시간이 지나서 경찰관이 들이 닥쳤고 경찰은 이 한국인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첫날 자기의 유방을 건드렸다고 불평했던 여인이 역시 그곳에 있었고 이 여인이 경찰에 상습적
으로 성추행 행위를 한다고 신고를 한 것이었다. 이 사람이 고의로 성 희롱을 목적으로 자기를 밀치는 것으로 신고를 한 것이었다.

이런 정도의 불평신고라면 경찰은 법원에 출두하라는 출두통지 딱지 정도를 주는 것이 관례이다. 경찰이 출두통지서를 작성하려고 이 사람의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불법으로 체류 중인 이 사람은 아무런 신분증이 없어 경찰은 이 사람을 체포하게 되었다. 이 사람은 결국 성추행 형사범죄 혐의로 체포되어 법원의 재판에 회부되었다. 이곳에서 성추행혐의는 아무리 미미한 것이라도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아주 어려운 절차에다 오랜 시간 고생을 하게 된다. 성추행 혐의는 검찰이 좀처럼 기록상 무해한 다른 혐의로 낮추어서 협상 제시를 하지 않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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