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 정대세의 눈물, 예수님의 눈물

2010-07-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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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드컵 기간에 북한과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북한 대표선수 정대세가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우는 장면이 TV 화면에 크게 비춰졌다. 그는 “드디어 세계 선수권대회에 나와 최강팀과 맞붙게 되어 기뻐서 울었노라”고 했다. 그러나 이 장면을 본 언론이나 한국인들은 눈물의 의미를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 아버지를 따라 한국 국민이 되었으나 축구선수로서는 북한팀 소속이다. 일본서 활약하는 촉망받는 선수인 그는 일본에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지만, FIFA의 배려로 북한 선수로 뛰는 혜택을 받았다.

그는 조총련계 초중고와 조선 대학을 다니며 주체사상 교육을 받았으므로 자기 조국을 북한이라고 공언한다. 이런 그지만, 분방한 성격을 타고난 데다 일본에서 자라면서 조국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들어왔기에 북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을 것이다. 정대세는 한 인터뷰에서 축구를 통해 북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다는 정치적 발언을 한 일도 있었다. 북한은 강호 브라질과 잘 싸워 세상을 놀라게 하였으나 포르투갈에게는 7대0으로 대패했고 코티디부아르에게도 3대0으로 졌다. 하지만 이같은 성적과는 관계없이 북한 선수들의 경기 태도는 참으로 훌륭했다고 칭찬받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은 정대세의 순진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포악한 인권 및 종교 탄압국가, 체제 유지를 위한 핵개발을 빌미로 백성들을 굶어죽게 하는 비인도적인 국가다. 지난해 말 화폐개혁이 실패해 장마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공무원 식량배급까지 지난 5월 말부터 중단돼 고난의 행군 때를 방불케 하는 많은 아사자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상황을 입증하듯, 며칠 전 우리가 북한에 세운 빵공장의 현장 책임자인 중국 내 조선족 직원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군 인민위원장이 그 곳 고아원 아이들의 식량도 같이 보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더라는 것이다. 그 곳은 세계적인 철광산이 있는 지역으로 철광산을 중국에 빌려주고 일정 배당금을 받고 있다. 그동안은 그 수입의 일부로 고아원을 운영해 왔는데 내달부터는 이 철광산 수입이 전액 평양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7월은 북한에서는 햇감자가 나오는 달인데 비료가 없어 콩알 만하게 자란 감자로는 아이들의 식량을 대신할 수 없게 되어 한숨짓고 있단다. 기부금이 줄어 사랑의 빵 공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대기도 힘든데 이 고아원 아이들의 식량까지 맡으라니 우리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일절 하지 않고 있고 천안함 사건 후에는 민간 차원의 원조마저 막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국제식량기구(WFP)도 현재로선 별 대책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식량 상황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다. 이제는 미국에 사는 우리가 나서서 도와야 하지 않을까? 불경기를 탓하지 말자. 북한 지도자가 밉다고 동족들의 굶주림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도 북한에 태어났더라면 굶어 죽었거나 배고픔 속에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라”고 말씀하셨다. 정대세의 울음을 생각해 보자. 무산 고아원 아이들의 핏기 없는 야윈 얼굴을 상상해 보자. 만일 우리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예수님은 우리의 강퍅하고 무정한 마음을 보시고 소리 없이 눈물 흘리실 지도 모른다.
(213)387-1207, cem_la@yahoo.com


유용석 / LA기윤실 실무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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