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청나게 싸다… 낮은 값에 오퍼?

2010-06-03 (목)
크게 작게
차압매물의 오해와 진실

최근 주택 차압이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차압매물 리스팅업체인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지난 4월 중 주택 차압 신청이 3월과 전년 4월에 비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리얼티 트랙은 앞으로도 차압신청 추가 상승 없이 현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규 차압 신청이 더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반면 은행에 압류되는 주택의 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간 더딘 속도를 보이던 차압 절차가 최근 제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는데 현재 속도로 진행된다면 올 한해 약 110만채의 주택이 은행 소유로 넘어갈 것으로 리얼티트랙은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차압 주택이 늘면서 주택 시장에서 차압 매물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도 전보다 높아졌다. 가격이 일반 매물에 비해 저렴하다는 인식에 많은 주택 구입자들이 차압 매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반면 차압 매물에 대한 잘못된 생각도 가지고 있다. 이에 온라인 부동산 업체 트룰리아닷컴과 리얼티트랙이 최근 일반 성인들을 상대로 차압 매물에 대해 흔히들 갖게되는 오해와 이에 대한 현실을 조사해 발표했다.

‘손 볼곳 많다’‘숨겨진 비용 있다’등 편견
구입후 가격 하락폭 낮고 융자 구입도 가능

◇ 차압 매물은 손볼 데가 많다


조사대상 응답자의 92%가 차압 매물을 구입하면 수리비로 큰 금액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같은 응답자의 65%는 차압 매물을 구입하면 주택 구입 가격의 약 20%를 수리비로 사용할 계획이라고도 답해 일반인들이 차압 매물의 상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대체적으로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트룰리아와 리얼티트랙의 통계에 의하면 수도 관련 시설이 미비됐거나 전기 관련 시설을 교체해야 하는 등의 대규모 수리가 필요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리가 페인트 도색이나 바닥 시공 등 주택 외관과 관련돼 비교적 공사비가 적게 소요되는 수리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차압 매물은 ‘엄청나게’ 싸다

95%의 응답자가 차압 매물의 가격이 일반 매물에 비해 매우 저렴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응답자는 조건이 비슷한 일반 매물의 절반 가격에 차압 매물을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매물 가격의 약 75%대에서 차압 매물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교적 현실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응답자는 고작 약 18%에 그쳤다. 차압 매물의 특성상 전소유주가 구입한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 시장에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주택 가격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 일반 매물의 가격과 차압 매물의 가격차가 점차 줄고 있다는 것이 이번 조사를 실시한 트룰리아와 리얼티트랙측의 설명이다.


◇ 차압 매물 구입에는 ‘위험’이 따른다

응답자의 절반에 달하는 약 49%가 차압 매물 구입이 일반 매물 구입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차압 매물의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만약 은행에 압류되기 직전 법원 경매를 통해 나오는 차압 매물 구입시에는 주택 상태나 절차상 주의해야 할 것이 은행 압류물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법원 경매물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반면 구입자가 전 소유주의 ‘린’(Lien)과 융자를 떠안아야 하는 조건이 많기때문이다. 반면 법원 경매를 통해 처분되지 않아 은행에 압류된 매물들은 구입에 따르는 위험 부담이 적다. 일반 매물과 유사한 매매 조건으로 주택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차압 매물은 인스펙션을 할 수 없다

법원 경매물의 경우 구입과정에서 구입자의 홈인스펙션절차를 제한하기도 한다. 반면 은행 압류물의 경우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주택 소유주인 은행측이 홈인스펙션 실시를 허용할 뿐만아니라 적극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은행 압류물이 수리를 보장하지 않는 ‘As-Is’ 거래가 많기때문에 주택 구입자가 인스펙션을 통해 주택 상태를 철저히 이해한 뒤 구입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측 역시 매물 상태에 대해 모르고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아 사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주택 구입자의 홈인스펙션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 차압 매물에는 숨겨진 비용이 있다

약 68%의 응답자는 차압 매물 구입시 알려지지 않는 비용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경매에 나오는 차압 매물의 경우 클로징 비용 외에도 ‘바이어 프리미엄’ 등의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해야한다. 퍼블릭 경매의 경우 낙찰가의 약 5%를 경매 주관업체에 납부해야하기때문에 사전에 이 비용을 구입 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 경매물의 경우 전소유주가 미납한 재산세, 주택 관리비(HOA) 등을 구입자가 떠안기도 해 이같은 비용들을 ‘숨겨진 비용’으로 볼 수 있다.


◇ 차압 매물은 구입후 가격 하락속도가 빠르다

응답자의 약 35%가 차압 매물은 구입 후 일반 매물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믿는 반면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들과 정반대였다. 차압 매물은 일반 매물에 비해 가격이 이미 상당폭 하락한 상태에서 매매되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해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하락을 결정짓는 요인은 주택의 차압 여부가 아니라 지역 주택 시장의 매물 수요와 공급, 이자율 변동상황, 고용 시장 상황 등이라고 설명한다.


◇ 차압 매물 구입시 일단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제출한다

많은 주택 구입자들이 차압 매물은 리스팅 가격보다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은행의 차압물 보유량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은행 측으로서는 차압물 보유보다는‘급처분’이 우선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은행 측의 현실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다르다. 은행 측이 모기지를 발급한 후 이를 제3의 투자그룹에 매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차압물의 실제 소유주는 모기지를 발급한 은행이 아니라 발급된 모기지를 구입한 투자그룹이다. 따라서 은행측은 차압매물이 단시일내에 처분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실제 소유주인 투자그룹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기때문에 가격 협상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은게 현실이다. 실제로도 은행 차압물은 리스팅 가격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은행측은 낮은 가격의 오퍼를 수락하기 전에 차라리 리스팅 가격을 인하해 조금이라도 가격이 더 높은 오퍼를 받으려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 차압 매물은 현금으로 구입해야 한다

일명 ‘셰리프 세일’이라고 불리는 트러스티 경매의 경우 낙찰가를 전액 현금으로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캐시어스 체크를 준비해야한다. 반면 은행 차압물은 반드시 현금으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매물과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주택 구입 융자를 대출받아 구입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일부 경우 은행이 전액 현금을 지불할 수 있는 구입자를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매물의 상태가 불량해 구입자가 해당 매물에 대한 주택 융자 발급이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등이다.


◇ 차압 매물 소유 은행을 통하면 융자 대출 규정 완화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전 소유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주택이 차압됐는데 은행 측이 같은 융자 자격이 안되는 구입자에게 융자를 발급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자격요건을 갖춘 구입자라면 동일 은행을 통해 저렴한 수수료 비용이나 클로징 비용 등의 혜택을 제공받는 경우는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차압 매물은 구입 전 인스펙션을 할 수 없다는 것도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다. 경매물의 경우 인스펙션이 제한되기도 하지만 흔히 REO로 불리는 은행 차압물은 인스펙션을 실시할 수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