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4년‘땀의 열매’마침내 맺다

2010-06-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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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파푸아뉴기니 선교사 만다라어 성경 봉헌식

UCLA 졸업후 고액연봉 항공사 퇴직 평신도 선교사로 헌신
원주민 5천명 위해 말 배우고 표기법 만들어 신약성경 펴내


동양선교교회가 파송한 남가주 출신 홍성호·현숙 선교사의 24년 사역의 결실인 ‘만다라어 신약성경 봉헌식’이 호주 북동쪽 파푸아뉴기니의 외딴 섬 ‘심베리’(Simberi)에서 최근 열렸다.

홍 선교사는 UCLA를 졸업한 뒤 고액 연봉을 받고 휴즈항공사의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으나 어느날 ‘위클리프 성경번역선교회’의 평신도 선교사가 되어 파푸아뉴기니 우카룸파로 떠났다.


그는 그곳의 지역선교본부에서 컴퓨터로 성경번역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을 수년간 하다가 1991년 직접 따바군도의 심베리섬으로 들어가 만다라 부족을 위한 만다라어 성경을 번역하는 일에 자신의 젊음을 고스란히 바쳤다.

그는 심베리 등 4개 섬으로 구성된 ‘따바 군도’에서 고작 5,000여명이 사용하는 언어인 ‘만다라어’를 배우고 연구하는 일로 시작해 마침내 그들의 말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법을 고안하고 글을 가르쳐 이를 바탕으로 만다라어 신약성경을 지난해 완성했다.

봉헌식은 심베리섬에서 위클리프선교회 관계자들을 비롯, 홍현숙 선교사의 언니 박은애 사모 부부, 최종현 장로, 치과의사 김범수씨, 알래스카 동양선교교회 이성원 담임목사 부부 등 40여명의 외빈들과 약 600명의 따바군도 원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감격 속에 치러졌다.

홍 선교사는 봉헌식에 앞서 땅을 매입할 수 있고 죽어 심베리에 묻힐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추장으로 추대되는 감격을 누렸다. 전기가 없고 빗물을 받아 식수 및 생활용수로 쓰는 척박한 환경의 절해고도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맨발의 삶’을 산 끝에 온전한 현지 사람이 된 것이다.

홍 선교사는 “내가 한 일이 아니라, 나를 지극정성으로 사랑하고 따르고 도와준 만다라 사람들이 한 일이다. 처음에 그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위클리프의 섬지역 디렉터인 그는 만다라어 구약성경 번역에 착수했으며, 수시간 떨어진 다른 섬을 찾아가 한국인이 부분적으로 번역하다 떠난 다른 언어의 성경번역도 시도할 계획이다.

홍 선교사의 옛직장 휴즈항공사에 몸담았던 최종현 장로는 “성경번역도 귀한 일이지만, 주민 전체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는 것이 더 감격스러웠다. 남녀노소 모두의 얼굴에 넘치는 기쁨을 눈으로 직접 보았다. 정말 홍 선교사님이 위대한 일을 하고 계시더라”고 말했다.


4년전 4복음서 봉헌식에 이어 이번에도 역사적 현장을 함께하며 치과봉사도 한 김범수씨는 “홍현숙 사모님이 ‘선교요? 이 사람들하고 같이 사는 거예요. 같이 살면서 하나님 사랑을 전해 주는 게선교 같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 전하고 “이번 성경 출간은 미주 한인 기독교계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김장섭 기자>


홍성호·현숙 선교사 부부(왼쪽에서 4,5번째)가 최근 파푸아뉴기니의 심베리섬에서 열린 ‘만다라어 신약성경 봉헌식’에서 성경을 들고 행진 하고 있다.

성경봉헌식에 참석하기 위해 축하 배너가 걸린 배를 타고 따바군도의 인근 섬에서 심베리섬으로 오고 있는 만다라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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