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 꿈을 찾아서

2010-05-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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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월1일 4명의 남녀 청소년들이 플로리다, 마이애미를 출발, 워싱턴 DC를 향한 1,500마일 도보행군(Trail of Dreams)을 시작했습니다. 펠리페 마토스, 개이비 파체토, 카를로스 루아, 그리고 후안 로드리게스가 바로 그들입니다.

왜 이들은 이 무모한 장정을, 그것도 도보로 감행한 것일까요? 바로 연방 의회에 상정돼 있는 ‘Dream Act’(꿈을 보호하는 법률)의 조속한 통과를 호소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300만명의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그중 약 6만5,000명은 졸업 후 더 이상의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불법체류 신분의 학생들입니다. Dream Act는 이같은 학생들에게 6년 조건부 영주권을 부여함으로써 대학을 졸업하거나 미군에 입대해 궁극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한, 공화 민주 양당이 발의한 법안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250만명의 불법체류 학생들이 졸업을 하였고, 졸업 이후 그들의 삶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채 미래에 대한 설계는커녕, 언제 강제출국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부모의 손에 이끌려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었지요. 이 땅은 우리가 우리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다른 청소년들과 똑같은 꿈과 희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포와 불안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참담함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희망의 땅에서 절망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걷는 이유는 우리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의 유일한 소망은 Dream Act가 금년에는 부디 의회를 통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다른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사회의 일원이 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결코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 땅의 소수민족으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의 절절한 호소가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아마도 비슷한 환경에 처한 한인 부모들의 탄식을 들으며 그들의 안타까움에 동참했던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불법이냐 합법이냐 하는 문제는 청소년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희망 앞에서 결코 토론의 주제가 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단지 격려와 지지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 자체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이 법안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어쩌면 금년에도 통과가 어려울 지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날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행군에 글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는 날, 물집이 깊게 잡힌 발을 부여잡고, 희망의 함박웃음을 터뜨릴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PS: 올 4월10일, 이들의 도보행군을 지원하기 위해 5명의 또 다른 젊은이들이 뉴욕을 출발해 워싱턴 DC를 향해 250마일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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