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인의 신앙 - 습관이 ‘인체시계’를 만든다

2010-05-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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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성공하고 싶고, 잘 살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이 인생살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하는 삶을 살게 되는가 살펴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인생길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의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위장내과 의사인 내 오피스에 오는 환자 중에 의외로 많은 이들이 ‘만성변비’로 고생하고 있다. 사람이 매일 세 끼씩 먹고 나서 제대로 배설이 안 된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럽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특효약 찾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무슨 병에 광고가 많다는 것은 결국 ‘신통한’ 방법이 별로 없다는 말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배변은 장이 규칙적으로 움직여서 항문 쪽으로 밀어 내보내는 장의 ‘윤동운동’이 주도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윤동운동을 유도하는 것은 바로 뇌 속의 중추신경에 입력된 ‘인체시계’이다. 그 결과 인체시계에 배변시간이 입력이 안 돼 있으면, 장안에 아무리 내용물이 가득 차 있다 해도 장이 움직일 생각을 안 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잠’ 사이클로 마찬가지다. 대개의 경우 불면증의 원인도 뇌 속의 인체시계에 수면시간이 제대로 정립이 안 돼 있는 탓이다. 그래서 매일매일 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체리듬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에 의하면 장운동이나 수면시간이 다시 인체시계에 정립되는 데는 적어도 6~8주 이상의 ‘습관’된 삶이 요구된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해도 초조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일단 뇌 속의 인체시계에 습관이 입력되면 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 삶에서 ‘습관’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생각’마저도 하나의 습관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면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의지와는 달리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막상 일이 닥치면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분명 생각과 사고의 병이며, 습관의 병이 아닐 수 없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마음먹는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적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내듯, 계속해서 반복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좋은 습관을 길러 좋은 삶을 살기 원한다면 인내와 끈기가 필수적이다. 어렸을 적에 자주 들었던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그것을 말해 준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다. 짧은 것 같지만 실로 긴 장거리 여정이다. 하루만 사는 짧은 삶이라면 한순간 결심만 잘하면 될 일이지만, 장거리 인생길은 한두 번 마음을 다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계속 반속해서, 그리하여 삶 안에 ‘습관’의 못이 박히게 되어야만 인생길에 밀려오는 험난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공한 삶을 살려면 좋은 습관을 길러 인체시계를 잘 활용해야 되는 것 아닐까.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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