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사위는 던져졌다

2010-04-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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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 조정을 신청해 놓고 오랫동안 기다리다 수입 부분에서 혹은 모게지를 조절해줘도 충분한 조건이 맞지 않아 거절당한 분들이 이제 숏세일로 돌아선다.
융자 조정 하느라 이미 페이먼트가 밀려 있는 상태라 NOD가 뜨지 않을까 조급해진다.

지난 해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는 정상매물 숫자보다 숏세일과 은행매물을 합한 숫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그 이유로는 워낙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집값이 상승해서 주변 감정 시세보다 더 비싼 매매가 형성됐지만 지금은 감정가에 못 미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다운 페이먼트가 전혀 없거나 5~10%만 다운 페이먼트를 내고 융자를 받았던 집 소유주가 오를 때로 오른 재산세까지 부담하며 집을 지킬 이유가 이젠 없어졌다.

30년 고정 융자 시스템에만 익숙해져 있다가 사상 유래 없는 최저의 이자율과 5년 고정이라는 좋은 프로그램이 나오자 바이어가 몰려 미국에도 뒤늦게 부동산 붐이 일었다.

집을 사고 난 후 다시 되 팔면단 한두 달 새 비용을 다 제하고도 크게는 몇 만 불이라는 이익을 챙길 수 있었기에 강남 복부인이란 호칭도 그 때 생겼다.
공급은 뻔한데 수요가 넘치니 집을 한 채 혹은 여러 채를 소유하면 주변에서 부럽다는 소리를 들었던 때가 이젠 옛말이 됐다.

갑작스레 몰리는 불경기 여파에 모게지가 부담스러워 페이먼트를 조정해 보려 큰 돈 들여가며 이름도 모르는 융자 조정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선수금만 날리고 집은 차압됐다.

선수금을 냈겠다, 깨알 같이 적은 계약서가 뭔지 모르지만 왠지 변호를 잘 해 줄 것 같아 서명해 준 후 안심했지만 서류제출 하나 변변하게 하지 못해 집이 경매에서 팔릴 때까지 몰랐던 어이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동안 모게지 잘 내다가 단 얼마라도 조정되길 바라던 마음에 큰 상처만 받고 집에서 쫓겨난다.

사실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몇 년에 걸친 모게지가 작아지는 것보다 융자 금액 자체의 삭감인데 현실적으론 이뤄지기 힘들다.

은행이 쉽게 동의하지 않고 소송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융자 조정보다는 숏세일을 선택한 집 소유주들은 은행과 진행되는 과정을 매번 담당 에이전트에게서 들어 알고 있으므로 미리 이사를 갈 계획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훌훌 털어 버린다.

안타깝지만 숏세일이 진행되는 여러 달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서서히 안정을 취하며 덤덤해진다.

나만 억울한 게 아니고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지금 그런 것 뿐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숏세일을 결정해도 그동안은 은행 승인을 받기가 무척 어려웠고 오래 걸렸다.

은행마다 가이드 라인이 다르고 1차가 2차에게 주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2차는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해 쉽게 조절이 어려워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또한 2차가 요구하는 추가되는 돈은 바이어가 메꾸면서 숏세일이 진행돼 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 지난 5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새로 업데이트 된 숏세일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숏세일 소유주에게 1차 은행이 이사비용으로 3천불을 보조하고 2차 3차 은행에게 한 건당 2천불을 인센티브로 지원해 준다는 골지이다.
따라서 숏세일 주택을 사려는 바이어의 부담을 현저하게 줄여 빠른 매매를 기대했고 숏세일이나 차압으로 처분한 주택에 차액에 대한 어마한 금액의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정책이 금년에 예상되는 3백만 가구 이상의 집 차압 소유주에게 밝은 희소식이 됐으면 한다.

지금은 숏세일이 대세다.
정부도 좋은 정책으로 적극 도와주려 하고 은행도 차압보다는 숏세일을 선호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선택은 내 몫이다.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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