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감사

2009-11-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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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감사(thanksgiving·感謝)는 삶의 가장 으뜸 되는 덕목 중 하나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 아니, 성공하는 사람은 반드시 감사를 알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감사란, 말 그대로 고마움을 알고 베풀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남을 나보다 먼저 배려하며 받는 삶이 아니라 주는 삶이 감사의 삶이다. 이렇게 말은 쉽지만 제일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또한 감사의 삶이다. 감사의 삶 중에 가장 먼저 감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에게 어떤 효도를 드리고 있는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살면 살수록 부모를 외면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지.

나를 있게 해준 부모의 은덕도 감사하지만 부모를 있게 해 준 하늘과 땅의 은덕에도 감사를 드려야 한다. 하늘과 땅은 인간과 모든 것을 잉태하여 태어나게 하고 길러주며 품어준다. 모든 생명이 돌아가야 할 곳도 하늘과 땅이다. 하늘과 땅에도 감사해야 하지만 하늘과 땅을 있게 해준 우주와, 우주를 있게 해준 더 큰 힘에게도 감사해야 한다.감사의 삶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준다. 늘 바쁘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찾아오는 것은 스트레스와 병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이기고 병에 들지 않기 위해 건강식을 하고 건강에 좋다는 보약들을 먹는다. 병원에 정기적으로 찾아가 검진도 받고 건강에 좋다는 운동도 많이 한다.


건강에 좋다면 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구해서 먹으려 한다. 한 때 한국에서는 지렁이가 건강에 좋다고 하여 너도 나도 지렁이를 먹은 적이 있다고 한다. 지렁이뿐만 아니다. 건강과 정력에 좋다하면 곰쓸개는 물론이요 곰발바닥까지 구해 먹는다. 그렇게 구해 먹는 것까지는 좋으나 너무 과용 과식하여 오히려 없는 병도 만들어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 보약이 아무리 좋다 해도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보다 더 좋은 보약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돈 한 푼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누가 빼앗아 갈
염려도 없는데 어렵다. 왜 어렵나. 감사의 마음을 갖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감사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텐데 왜 감사하며 살아가지 못할까.

필요 이상의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렇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족하지 못하기에 그렇다. 나를 스스로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멀리 있는 것을 잡으려 하니 그렇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잘못된 모든 것을 다 남의 탓으로 돌리려 하니 그렇다.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갖지 못해서 그렇다. 세상은 어찌 보면 평등하다. 학식이 많은 사람과 돈이 많은 사람 그리고 명예와 권세를 가진 사람들도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부족하고 걱정되는 것들이 있다. 남에게 들키지 않아서 그렇지 다 문제들을 갖고 살아간다. 100%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가. 권세와 명예를 가졌다고 행복한가.

행복할 수 있다. 남들에게 부러움을 안겨 주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행복한 것 중 하나는 감사를 알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부자이면서, 건강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에 더 행복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감사한 생을 살아간다는 뜻은 많은 것을 이웃을 위해 베풀며 살아가는 사람일 수 있기에 그렇다.감사에도 진정한 감사가 있다. 무엇이 진정한 감사인가. 자신의 생이 평탄하고 건강하며 남부러울 것 없을 때에 드리는 감사도 정말 좋은 감사다. 그러나 역경, 즉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갖는 감사의 마음과 감사의 생활이야말로 진정한 감사중의 감사다. 낙망과 좌절로 인해 전혀 앞이
보이지 않고 캄캄할 때에 “이래도 감사하다”고 할 수 있다면 진정한 감사다.
감사의 달이다.

오는 11월26일은 미 국민 전체가 맞이하는 추수감사절이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청교도들이 모든 역경을 이기고 처음 추수한 곡식들을 쌓아놓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것이 전례가 된 추수감사절이다. 이 날만이 감사의 날로 맞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1년 365일을 늘 감사한 마음과 생활로 살아가는 삶을 습관 들여야겠다. 누구를 위해서보다도 나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보다 좋은 미래를 위해서도 감사의 삶은 필요하다. 아침마다 일어날 때 “오늘도
감사한 하루가 되게 해 달라”는 염원을 모두 가져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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