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2009-11-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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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 1부 부장대우)

11월 들어 희비가 교차하는 일이 참 많아졌다. 뉴욕시 선거가 그랬고, 스포츠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월드시리즈 야구 한 경기 한 경기가 또 그랬다. 특히 그토록 바라던 뉴욕시 첫 한인 선출직 공무원 탄생이 좌절되면서 이번에는 한인 후보의 당선을 확신했던 한인들의 가슴은 어느 유행가 가사같이 마치 ‘총 맞은 것처럼’ 뻥 뚫린 허탈감에 휩싸였다. 동시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속담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다음을 기약해 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실패한 경험으로는 ‘이렇게 해보니 실패하고 말더라’는 정도의 깨달음만 얻을 뿐이고 실제로는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하는 이들도 있다. 무엇이든 성공하고자 한다면 성공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한편으론 굳이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도전을 두려워하는 것 자체가 벌써 절반의 실패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케빈 김 후보의 도전은 승패 결과를 떠나 아름다운 도전이었고 그만한 가치
를 남겼다고 본다.


물론, 이에 앞서 9월 예비선거에 젊은 패기와 자신감으로 출마했던 정승진(S.J.정), 존 최, PJ 김(김진해) 등 한인 후보 3명의 도전도 마찬가지다. 예비선거에서 한인 3명의 탈락에 이어 본 선거에서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던 후보의 낙선까지 지켜본 일은 한인사회 골수까지 사무친 뼈아픔으로 남아 두고두고 우리에게 교훈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누구에게나 무엇을 하든 처음이란 것이 있듯이 뉴욕한인사회도 이제 막 시작하려는 정치권에서의 첫 경험이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우선은 위로해두자.

‘모험이 없는 곳에는 성취도 없다’고 했던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의 말처럼 우리가 도전했기에 실패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렇기에 또다시 성공을 바라볼 수 있는 희망과 목표를 갖게 됐다고 생각해보기로 하자.혹자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성공이 실패의 어머니’라고 바꿔야 옳다고 주장한다.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자가 이룬 큰 성공은 오히려 화근이 될 수 있고 자만하다가 결국은 실패의 골짜기로 빠져들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한 것이리라.

광산에서도 늘 노다지만 캐는 것이 아니고 우수 광산이라 해도 4톤의 모래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고품질의 다이아몬드는 고작해야 0.1g 뿐이라고 한다.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캐는 광부의 마음처럼 뉴욕한인사회가 이번 선거를 통해 ‘좋은 실패는 분명 우리에게 새로운 성공의 길을 열게 해준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다함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 나가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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