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G20로 이동하는 세계질서와 한국의 역할

2009-11-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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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2010년 11월 선진·신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지난 9월 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차기 회의 개최지를 한국으로 결정한 것이다. 1999년 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린 이후 2008년 11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 정상회의로 격상되어 부정기적으로 3차례의 회의를 가졌는데, 정상회의를 정례화하면서 첫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세계질서의 변화와 함께 한국에 주는 의미가 크다는 점을 암시한다.

우선 세계질서 변화의 한 가운데에 한국이 서게 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세계질서를 주도해 온 G8 정상회의는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계를 노정했다.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G20 체제가 한국에서 출범하는 것이다. 이제 G20 정상회의는 핵심 의제가 금융위기 극복을 넘어 전 세계적 이슈를 다루는 회의로 변모하게 될 예정이다. 세계질서의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이 G8에서 G20로 이동하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환경문제, 세계적 소득격차 문제, 새로운 세계 금융질서의 재편 등의 이슈를 다뤄나갈 것이며, 선진국 중심의 질서재편이 아니라 선진국과 신흥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체제로써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중간점에 한국이 위치해 있다. 한국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해 나가고 있는 국가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997년 이른바 IMF 금융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한데 이어 한국경제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주었으며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이 한국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는 정치군사적 측면을 주로 다룬 ‘한중일 정상회의 10주년 기념 공동성명’과 경제적 측면을 다룬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공동성명 등 2개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안은 동북아 3국이 세계변화의 중심축에서 서서 변화를 추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동북아 3국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또는 경제블록화를 견인해 나갈 터전을 만들었다고 봐야한다. 이와 같이 세계질서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동북아 지역의 중요성은 한층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한중일 3국 협력의 중간 지점에 역시 한국이 놓여 있는 것이다.

한국이 세계질서 주도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다. 또한 세계질서의 변화 와중에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는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앞으로 한국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많고 중요함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은 실질적인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은 단순히 소득수준만 높아진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나라, 어려운 곳을 도울 수 있는 나라, 세계의 안녕에 책임을 다하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며, 그 기회가 한국의 앞에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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