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꿈을 향해 닻을 올리자

2009-1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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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

케네디대통령은 일찍이 말하기를 민주주의는 무엇보다 우수한 통치형태인데 그 이유는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서 존경하는데 기초하기 때문이라고 아주 듣기 좋은 정의를 내린 바 있다. 그 말은 백인통치자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소수 이민자의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은 말이다. 흔히 미국의 정치제도를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것은 소수의 손이 아니라 다수의 손에 무엇이든지 들려 있다는 말이다. 다수의 손에 의해서 무엇이든지 결정나고 결판이 나는 사회가 바로 이 미국이다. 수에서 밀리면 무엇이든지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의 정치제도다. 그래서 미국 내 여러 이민 커뮤니티는 자신들의 정치력을 키우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어느
공동체는 본국의 지원을 받아서라도 정치인을 한명이라도 더 배출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미국에 한인이민이 첫 발을 디딘 이래 한인인구수는 지금 미전역에 200만명, 뉴욕 메트로폴리탄 일대에만 50만명을 상회할 정도로 기록적인 숫자를 보이고 있다. 이 땅에 발을 디딘 한인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청운의 꿈을 품고 큰 포부를 갖고 왔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이민 연륜대로 노력하고 땀 흘려서 어떤 한인은 경제적으로, 또 어떤 한인은 자녀교육에 성공을 거둠으로써 미국사회 속에 아름다운 이민의 꽃을 피웠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개중에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향하여 계속 열심을 다 하고 있는 한인들도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너도 나도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선출직 정치인 한명도 없던 게 현실이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의식이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의원 한명 배출하자고 우왕좌왕 씨름을 했던 것을 보면 우리 커뮤니티의 수준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를 확실히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 세상은 변하고 있다.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고 히스패닉계가 대법원판사가 되었다. 그리고 아시안이 시 행정을 맡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변화의 바람이 예고된다. 우리는 이제 남의 나라 땅에 와서 눈치만 보고 있을 객이 아닌 것이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우리의 권익을 쟁취하려고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것은 이 나라의 모든 정치와 행정에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우리의 정치적인 힘도 더불어 커질 것이다. 흑인이나 해스패닉, 아시안 같은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어제까지 백인 중심
하에 다스려온 미국에서 누가 감히 흑인이 대통령이 되고 히스패닉이 대법원판사가 되고 아시안이 시의원이 되고 감사원장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그러나 꿈은 하나하나 우리 눈앞에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거의 맨주먹으로 남의 땅에 와서 경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미국인이 놀랄 만큼 기적을 일구어 냈다. 그것은 바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요, 꿈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꿈을 어느 민족보다 취약한 주류사회 진출, 정치계 입문이라는 목표에 심고 그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선거가 끝났다고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제까지 이룬 결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또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마틴 루터 킹
흑인목사가 30년 전 가진 꿈이 미국 땅에 현실로 이루어진 것을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이 땅에 와서 이룬 경이로운 업적을 볼 때 우리도 꿈을 가지면 시의원은 물론, 상, 하원, 감사원장, 뉴욕시장, 대통령까지 못할 것이 없다.

우리가 누구인가? 어느 민족도 갖지 못한 집념과 끈기가 들어있는 특유의 DNA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가진 한민족이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이름을 드날리고 있는 경제, 문화, 스포츠, 연예계의 거성들은 모두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후예들이다. 그런데 무엇이 모자라서 정치인을 줄줄이 배출하지 못하겠는가? 한민족의 자존심을 걸고 한번 해보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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