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상록회, 집안싸움 끝내야

2009-11-04 (수)
크게 작게
김노열 (취재 1부 부장 대우)

요즘 뉴욕한인상록회가 시끄럽다. 지난달부터 불협화음을 빚어왔던 신진기 회장 측과 이승렬 이사장 측의 집안싸움이 끝내 심각한 내홍으로 빠져들면서 이제 ‘이전투구’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일부 이사들이 그간 중재를 해보려 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양측의 대립은 이제 어떤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겠다는 게 상록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상록회 내분의 문제가 외부로 불거져 나왔던 발단은 지난달 열린 정기이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사장측이 신 회장은 회장 대행자일 뿐 정식절차를 밟지 않은 만큼 회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데 대해 신 회장측은 이미 임시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인준된 만큼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발끈하면서 파행의 전주곡을 울렸다.
더구나 ‘투표를 통해 신 회장과 이 이사장 중 한 쪽이 상록회를 떠나자’는 이사장측 제안이 나오면서 회의장은 일순간 투표를 강행하려는 이사들과 ‘총회를 통해 결정하자’며 이를 저지하려는 이사들간의 몸싸움은 물론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이같은 험한 장면은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3명이 입회한 후에도 지속되다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되는 추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신 회장측 진영은 이 이사장측의 공금유용 의혹을 제기하며 이사장 탄핵과 이사회 해산, 직선회장 선출제 도입, 정관개정 위원회 발족 등을 주요 안건으로 한 임시총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이에 이 이사장측은 공금유용 의혹제기는 명예훼손이며, 신 회장대행이 권한에도 없는 총회를 소집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스스로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 같은 광경을 보는 상록회 회원들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안타깝기 그지 없을 것이다. 뉴욕한인상록회는 누가 뭐래도 한인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단체로서 노인들의 복지 향상과 여가 활동 활성화를 책임지고 있는 뉴욕 최대의 한인 노인기구이다.

한창 후반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야 할 시점에 집안싸움으로 이 같은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은 비판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싸움이 길어지면 조직은 부실화되고, 상록회를 바라보는 회원들의 믿음에도 금이 갈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내분에 휩싸인 당사자들은 이 점을 얼마나 염두 해 두고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