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트레스도 덕이 된다

2009-1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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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 (훼이스 크리스챤대학 교수)

사람에게 제일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관계에서다. 가정에서는 부모나 형제간의 관계에서 학교에서는 동급생이나 교사로부터 사회인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동료간의 경쟁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또한 어디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갈등과 마찰이 생기게 마련이다. 각양각색의 인간은 태생적으로 다른 성격이나 좌절, 자라온 환경과 교육이나 지식수준의 차이, 인생관이나 이데오르기의 상이함이나 상반된 이해관계 등으로 서로의 감정이나 행동을 수요하지 못하는 대치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인간 드라마가 연출되기 마련이다.

의로운 일에 즉각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소아병자, 이미 공감대를 이룬 일에 미꾸라지 역할을 즐기는 자. 약한 이에 얄망궂게 구는 변질자며, 심사가 늘 틀려 있는 심술쟁이 터줏대감, 얼토당토 않는 헛소리로 복장 터지게 하는 자, 비위 거슬리는 언동을 용케도 골라서 빈정대는 자들이 삶의 현장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70년대 초 년수출목표를 10억~15억 달러로 세워놓고 수출독려를 할 때 온 국민과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실뱀장어까지 수출하던 때가 있었다. 한국 연안에서 잡은 생선을 활어상태로 일본에 수출하던 땐데 활어와 죽은 선어와의 가격차이가 크므로 수출상들은 최대한 활어상태로 수출하기 위해 살아있는 고기떼 속에 상어새끼같은 일반 고기들이 싫어하는 놈을 한 두어 마리 함께 넣어 운반했다. 그러면 30퍼센트쯤 나오던 폐사율이 10퍼센트 이내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경쟁자도 생기고 반대자도 생길 수 잇다. 이런 대상들은 우리의 심리를 압박하는 스트레스 원으로 다가와 위기의식을 주고 긴장감을 일으킨다. 스트레스 원에 대한 생리적인 반응을 연구한 한스 셀리(Hans Selye)에 의하면 부신에서 생성된 아드레나린이란 내분비 물질이 혈관 속으로 흘러 들어가 심장과 호흡계가 반응을 보이면서 근육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여 위협에 저항하도록 신체를 급히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때 오관은 더욱 예민해지고 동공은 확장되고 정신적인 활동은 증폭되어 사고력은 위기를 제어하는데 집중된다는 것.

인체는 위급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긴장함으로써 에너지원이 되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위험을 극복하는데 쓰일 기력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 기회를 틈타고 공격해 올지 모르는 경쟁자나 반대자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에너지원을 방출시켜 생명체를 유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긴장감을 가짐으로써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심리적 평형을 유지시켜주고 급격한 위기상황에서는 평시에 상상도 못할 파워를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분노할 때의 힘, 화재같은 위난 시의 급격한 행동, 극한 상황에서의 생명력. 이데올로기에 바라는 희생적인 힘 등은 심리학적 해석으로서는 스트레스 원에 대한 인체의 생체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생리적 반응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주는 경쟁자와 맞서기 위해 자신의 취약점을 찾아보고 안전성을 기하면서 대항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기 위해 힘쓰게 된다. 입성 사나운 반대자의 입질은 오히려 본인의 일을 지속하고 성취해 나가는데 활력을 주는 동기가 된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자기실현의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우리 속담에 미운 녀석 떡 하나 더 주라는 말이 있다. 자기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고약하게 보이는 대상에게 한번 더 미소 주고 한번 더 악수하면 덕이 된다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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