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시대의 행복 수치는?

2009-11-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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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배(CCM 의료재단 홍보이사)

미국에 온 첫해, 불꽃놀이에 초대되어 간 일이 있다. 어둑어둑 해지자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재촉하는 아우성을 치곤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내 귓가에 생생히 남겨진 소리가 있다. 한 미국여인이 자기 아들 앞에 서있는 나를 가르키며 조용한 소리로 그러나 아주 완강하게 타이르던 소리이다. “미국에 있는 모든 의자는 여자가 먼저 앉아야 한다.” 그때 5살 남짓한 금발의 남자 아이는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일어나고, 나는 어색하고 면구스럽게 그 어린 아이가 앉았던 의자에 앉아서 이게 내가 말로만 들었던 ‘Lady First’라는 것인가 보다 했다.

정말 내가 미국에 와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남자들이 여자들을 먼저 태우고, 자동차를 탈 때도 남성들이 항시 문을 열어준다. 레스토랑에 앉을 때도 웨이터나 남성들이 의자를 빼어 여자 손님을 앉힌 후, 의자를 밀어주곤 한다. 휴가를 갈 때도 아내가 원하는 곳으로 대개는 가게 되고, 영화를 보러 갈 때도 남자들은 항시 여자의 의견을 물어 프로그램을 고른다. 휴게실에서 여자들이 담배를 꺼내 물때면 라이터를 먼저 꺼내 불을 부쳐준다.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고 존중받는 신분, 미국은 진정 좋은 나라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앞치마를 두르고 직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던 여자들은 앞치마를 공중에 던져버렸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쿠키를 구워주던 여자들은 1970년도부터 ‘자신을 가사로부터 해방시켜 놓고 남자 영역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990년도에 이르러서는 남자들에게 장바구니에 쿠폰을 쥐어주며 마켓으로 몰아세운 후, 아이들 픽업이 늦을새라 빨리 가라고 직장에서 전화를 해댄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직장 후 여자들이 골프치고 올 동안 이면 남자들은 빨래 가지를 가지런히 해놓는다. 2015년 이후에 여자가 남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남자에게 아이를 갖게 하는 것, 그것만이 여자들의 숙제로 아직 남아있다.한 세기도 지나기 전인 2009년 남자들은 “세계 여성의 날 며칠을 앞둔 오늘 인도의 비나 사하란은 세계 전 공군 사상 최초로 전투 탱크를 실어 나르는 200톤이 넘는 초대형 비행기를 조종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에 뉴스 특보 대접을 하지 않는다.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대기업 여성 CEO를 보라. 코카콜라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이끌어간 누니, 테크로로지의 대기업, 휼로 팩커의 전 중역 칼리 휴리나, 인터넷 마켓이-베이를 키운 맥 휴트먼, 세계적 화장품 네트워크 에반 회사의 미즈 정, 남편을 보기좋게 다듬어 대통령 자리에 오
르게 했고 국가 안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 남자들을 호령하는 힐러리 클린턴 여사 등등. ‘여성 상위시대’는 하늘을 치솟고, 여성이 모든 면에서 남성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왜 사회학자들은 현대 여성들이 점점 행복감을 잃어간다고 말할까?

마커스 벙잉햄이 쓴 최근 저서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성이 일 전선에 뛰어들어 인간적인 성취감을 느끼나 자녀를 돌보고 가사를 겸해야 하는 과중한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는 것이 요인이 아닌지 모른다. 오래전, 아들에게 여성을 다루는 기본 매너를 가르치던 여성에게 ‘lady’라고 존중은 커녕 버스나 전철에서도 그녀에게 아무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기 때문은 아닐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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