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심심풀이 인생

2009-11-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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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아이들은 심심하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싫증이 나면 새로운 장난감을 찾고 엄마 아빠는 새로운 놀이기구 대기가 바쁘다.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에 더 흥미를 갖고 음악이 곁들인 것을 더 좋아한다. 인생의 시작은 심심풀이 장난감으로 시작한다.“친구야 놀자” 하며 동무를 찾는 나이가 되면 어울려 놀기를 좋아한다. 노는 아이들 속에 끼어주지 않는 아이는 평생을 외롭고 기가 죽어 살아갈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 비디오 게임, 운동경기, 영화보기 등에 빠지면 밥 먹는 것도 잊고 공부하는 것도 뒷전이 되어 버린다. 어른이 되어 심심풀이 오락에 깊이 빠지면 그 인생은 낙오자의 수렁에 깊이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젊은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이성 교제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건전한 이성교제가 되지 못하고 심심풀이 오락에 빠지는 것이 문제이다. 심심풀이 교제는 자신과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릇된 가치판단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심심해서 시작한 조그마한 도박은 점점 깊이 빠지게 되고 가산을 다 날리고서도 미련을 떨치기 어려워진다. 커다란 ‘카지노’ 도박장은 절대로 손해나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우리는 잘 알면서도 끝장을 볼 때 까지 포기를 못한다. 인간의 도박성은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비극일지도 모른다.어떤 이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 담배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고 담배 피운다면 심심해서 마약을 한다는 말도 나올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 심심한 시간을 무얼 하며 보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목적을 가진 자기 일에 몰두를 했느냐, 심심풀이 오락으로 시간을 허송했느냐 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인생의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일만하고 공부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쉬는 시간도 여가도 오락시간도 필요하다. 똑 같이 주어진 시간을 심심풀이 오락으로 더 많이 축 낸다면 인생 말년을 더 심심하고 쓸쓸하게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인생에서 가장 심심한 시기는 노인기가 될지도 모른다. 활동할 수 있는 기력도 떨어지고 가족
과 지인들로 부터 소외되고 손에 쥔 것 마저 없을 때 하루를 무얼 하고 소일하나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노년을 심심찮게 보내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심심함을 극복하려 애를 쓰며 살다가 심심하게 가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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