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관계

2009-10-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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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관계(relationship·關係)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어떻게 보면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관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에 그렇다. 사람의 생애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 다 관계에 적용된다. 얽히고설키는 관계의 복잡성은 다양하다. 하지만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와 삼라만상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관계다. 관계는 세상의 이치를 알게 해 준다. 관계가 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없다.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모두가 관계 안에 있다. 관계는 태양과 지구와 모든 별들의 처음부터 연관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시간과 공간도 관계 속에 있다. 시
공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계는 수없이 많다. 시간과 공간 관계. 신과 인간관계. 남녀 관계. 부부 관계. 형제 관계. 친구 관계. 애인 관계. 부모 자식 관계. 스승 제자 관계. 사장과 직원 관계. 대인 관계. 목사와 교인 관계. 스님과 신도 관계. 몸과 영혼 관계. 정치와 경제 관계. 종교 관계. 형이상학과 형이하학 관계. 돈과 여자관계. 고부 관계. 사돈 관계.사랑 관계. 불륜 관계. 고대와 현대 관계. 샤머니즘과 현대신학 관계. 문학과 예술 관계. 삶과 죽음 관계. 부익부 빈익빈 관계. 너와 나의 관계. 인과 관계. 우주와 태양 관계. 태양과 지구 관계. 인간과 타 동물 관계. 하늘과 땅 관계. 조상과 후손 관계. 정맥과 동맥 관계. 뇌와 인식 관계. 나라 관계. 정신과 물질 관계. 예술과 외설 관계 등등.
이렇듯 관계 설정은 끝도 없이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우주까지 모든 것에 관계를 적용시킬 수 있다.


관계는 일상생활을 영위케 한다. 우주와 인간 등 모든 것을 존재케 해 주는 원동력이 관계다. 관계가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개인에 있어 관계의 끝은 곧 죽음과 연결된다. 죽음은 관계의 끝이라 정의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죽었다고 관계가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식론 안에서의 나의 죽음은 내가 죽음으로 나와 연결된 모든 관계는 끝난다. 하지만 살아남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관계는 계속 된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도 그들을 기리는 추모 예배와 미사를 갖거나 망자에 대한 추모 법회를 갖는 것 등은 관계의 연속을 나타낸다. 좋은 대인관계는 성공의 열쇠가 된다. 물론 한 우물만 파고서 성공하는 예도 있다. 토마스 에디슨 같은 사람이 그 예다. 그러나 그도 어머니와의 좋은 관계에 의해 발명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베토벤이나 빈센트 반 고호 같은 경우도 특별한 경우다.

인간관계는 굉장히 중요하여 우리들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관계 중에 맺어야 할 것이 있고 맺지 말아야 할 관계가 있다. 계속되어야 할 관계가 있고 멈추어야 될 관계가 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들. 삶과 세상을 아름답고 밝게 보는 사람들. 역경 가운데서도 소망을 가지는 사람들. 늘 감사하는 사람들 등등.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는 맺어도 좋다. 그렇지만 늘 불평불만 하는 사람들. 자신은 희생하지 않고 이웃에 민폐만 끼치는 사람들. 조상
탓만 하는 사람들. 감사를 모르는 사람들. 남을 이용만 하는 사람들.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사람들. 게으른 사람들. 창조적이지 못하며 과거에만 집착하는 사람들. 쓸데없는 욕심만 많은 사람들 등등.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는 빨리 정리할수록 좋을 것이다.

인간의 몸은 하나로 구성돼 있지 않다. 수없이 많은 세포들과 각 기관들이 서로 연계하여 맺는 관계 속에 구성돼 있으며 생명은 유지된다. 그런데 그 많은 기관 중 암 세포가 한 곳에 들어오면 평상 유지됐던 관계는 깨진다. 암 세포가 퍼지면 몸은 기능을 상실하고 썩어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곧 죽음으로 연결된다.원인과 결과와 인과응보는 관계의 시작과 결과를 잘 설명해 준다. 우주와 삼라만상은 거미줄 같은 관계로 엮어져 있다. 이리 저리 따져 보면 무엇 하나 엮이지 않을 것은 없다. 부부사이의 관계가 깨진 상황은 이혼관계다. 그러나 영원히 깨지지 않는 관계도 있다. 부모와 자식처럼 혈연, 즉 피로 맺어진 관계다. 피가 물보다 진한 것은 영원히 깨지지 않는 관계의 연속성이 거기
에 있기 때문이다. 관계는 인간 삶의 모든 것을 얘기해 준다.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의 관계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시와 공 그리고 인간. 따로 떼 놓을 수 없는 관계 속에 서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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