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월드 시리즈와 선거

2009-10-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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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등대 교회 담임목사)

가을의 고전이라고 하는 월드시리즈가 열리고 있다. 금년에는 뉴욕 양키즈가 진출에 성공하여 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잔치이니 당분간 썰렁한 날씨도 그 열기를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우리 한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박찬호선수가 필리스의 투수로 등장할 것이니 이래저래 우리 한인들도 무심하게 보낼 수 없는 늦가을이 되어버렸다.그렇지, 가끔은 별일이 좀 있어야 심장도 뛰고 살아야 있다는 느낌도 받으니 양키스가 새 챔피
언이 되든지, 필리스가 연속 챔피언 되든지 분위기를 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월드시리즈가 큰 잔치라고 해도 우리의 삶에 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월드 시리즈의 꿈 마당이 아무리 커도 그것은 그저 야구일 뿐이다.

우리 한인 이민자들과 2세들에게 구체적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행사가 바로 11월 3일의 중간 선거다. 미국전역에는 이미 우리 한인들이 선출직 정치인으로 뽑히고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뉴욕의 한인 타운에서 우리 힘으로 선출직 시 의원을 탄생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런데 월드시리즈가 열리고 있어 혹여 관심이 희석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이글을 쓰게 되었다면 쓸데없는 기우일까?


선거가 무엇인가? 선거는 말 그대로 우리의 대표를 뽑는 행사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가 되면 투표에 관심들이 없다. 관계기관이나 후보들도 낮은 선거 율 때문에 애를 태운다. 배고프다고 하여 밥상 차려주니 밥상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형국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이기도 하고, 나 한 사람쯤이야 하는 안일함도 한몫을 하리라. 과연 그런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불과 몇 십 년 전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연설했을 때 그것은 그저 한 사람의 외침에 불과했었다.그는 장차 이 땅에서 인종차별이 사라지고 자유와 평화가 깃들고 언젠가는 내 자식들이 피부색깔이 아닌, 사람됨에 따라 판단 받고 백인 아이들과 흑인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함께 뛰어놀고, 한 식탁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꿈을 갖고 있다고 외쳤다. 그 연설은 잠꼬대 같은 소리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 꿈이 현실로 이루진 것을 두 눈으로 보고 있다.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탄생한 것이다.

선거를 통해, 투표를 통해 그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만약 선거가 없었다면, 투표가 없었다면 킹 목사의 연설은 영원한 잠꼬대가 되었을 것이다.선거란 꿈을 단지 꿈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현실이 되게 하는 그런 것이다.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 한인이 시 의회에 들어간다면 피는 물보다 진한 법, 아무래도 우리한인들의 당면한 문제와 씨름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우리도 억울한 일을 당하면 한국말로 호소할 데가 생기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꿈을 보여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샘플을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중부 아칸소의 한 교회 입구에 가면 이런 내용의 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한 발짝 내 딛는다고 얼마나 가겠는가? 그래도 계속 걸으라. 한마디 말로 세상이 어찌 네 뜻을 알겠는가? 그래도 계속 외치라. 네 키가 한 치가 큰다고 얼마나 크겠는가 그러나 계속 커라”한사람을 우리의 손으로 뽑는다고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그래도 이 한사람을 뽑는 것은 우리의 외침이고, 우리의 걸음이고, 우리의 커감이다. 월드 시리즈도 즐겨야 하지만 꿈을 현실
로 만드는 것은 투표하는 것이다. 나의 한 표가 당락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투표장에 가자. 이것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할 일이다. 나 한사람의 투표가 우리의 이민 역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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