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바마가 꿈꾸는 세상은 올 것인가

2009-10-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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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노벨 평화상 수상소감에서 오바마는 자신은 받을 자격이 없다고 피력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수상소식에 의아해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이나 엘 고어 전부통령이 받았을 때도 미국의 영광으로 생각한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세계경제의 침체로 위축된 국제사회에서 오바마가 주창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고무하기 위한 차원에서 선정됐다는 유추해석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세계평화를 위한 탁월한 업적과 활동이 선정기준이라면 오바마의 수상은 선뜻 축하할 일만이 아니다. 그의 정책들이 줄줄이 실패하여 역대 대통령들의 평균치도 웃돌지 못한다면 노벨평화상의 의미가 무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바마정부는 기대감을 갖고 출발했으나 의욕에 비해 성과는 미지수다.


경제는 더욱 바닥을 치고 이라크전의 종결도 흐지부지하다.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중국과의 양극체제 또한 현명한 리더십보다는 세계유일 초강국의 자리를 스스로 내어준 인상마저 든다. 부시정부 말기까지 중국봉쇄정책으로 일관하던 미국이 경체침체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 채권국가인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은 어찌 보면 쇠락해 가는 미국을 입증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일례로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시카고를 제치고 떠오르는 신흥 경제국가들로 구성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중에 하나인 브라질의 리오로 결정됐다.

부시정부가 지나친 독선과 보수 강경정책으로 일관하여 국제사회의 신임을 잃었지만 재선에 성공한 것은 미국민 다수는 여전히 강한 미국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부시가 정책적으로 실패하지 않고 전쟁에서도 승리하여 경제위기를 자초하지 않았다면 민주당 출신의 오바마가 당선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상주의와 현실정치의 능력은 다른 것이다. 인류평화에 기반한 이상주의정치를 실현하려던 카터 전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실패한 것도 지역주의와 권위주의를 타파하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이념이 실패한 것도 모두 현실정치에 접목시켜 정책적 실효를 거두는 정치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상이 높아도 현실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탁월한 리더십과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능력이 성공의 절대변수임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오바마의 핵심 정책들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세계비핵화이다. 오바마는 4월 프라하 연설에서 세계비핵화를 강력히 주창했다. 그러나 미국의 핵 억지정책에 반해 러시아는 비밀리에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핵 확장에 전력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도 골칫거리이다. 일본도 자위용 핵을 개발하겠다고 설친다. 과연 오바마가 짧은 재임기간 중에 세계비핵화를 위한 탄탄한 정책적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고 다음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세계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갈길이 멀다.

이라크전의 종결도 미진한 상태에서 세계비핵화는 꿈같은 일이다. 둘째는 경제위기 탈출이다. 국내경제에서도 의료보험개혁과 주택시장의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통한 경기회복에 전력하나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경제를 주도하던 무역수지에서도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의 침체는 도미노현상을 일으키며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오마바가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재선은 고사하고 차기정권은 다시금 공화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의 회복이다. 퇴색해진 유럽과의 동맹이나 이미 축소된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오바마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 화합의 리더십으로 독선적이었던 부시정부와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으나 이미 기울어져가는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기에는 버거울 따름이다. 국제정치학자들은 미국의 슈퍼파워 시대는 지나갔고 강력한 몇몇 나라들로 힘이 분산되는 다극체제로 전환할 것이라 진단한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급부상한 브릭
스 나라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는 것이 그 실례다.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히는 탁월한 리더십, 국정수행능력과 국가 위기관리능력, 미래비전 창출과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 이 모든 면에서 오바마는 검증된 능력보다는 가능성만 갖고 출발했다. 앞으로 경제는 더욱 바닥을 치고 그의 정책들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정치가 제 궤도에 올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오마바가 기초만 닦아
놓는다 해도 노벨평화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자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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