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화 부른 조기유학생 집단합숙

2009-10-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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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조기 유학생 집단합숙이 결국 화를 불렀다. 롱아일랜드 웨스트베리에 거주하는 한 한인이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들을 집단합숙 관리해오다가 한 학생을 구타, 경찰에 체포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조기유학생의 부작용과 집단합숙의 문제점이 표면에 노출되면서 한인사회와 미 교육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피해학생의 몸에 멍이든 것을 학교측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합숙하고 있던 조기유학생 22명은 모두 당국의 아동보호시설로 옮겨졌다 일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12명은 현재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조기유학생을 집단으로 한집에 기거시키면서 돈을 벌고 있는 한인업주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조기유학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인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종종 거론돼온 게 사실이다. 학교나 친구간의 적응문제에서 어려움이 많은데다 탈선하는 학생들까지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집단합숙으로 문제가 드러난 것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어린 학생들이 부모와 떨어져 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에 살면서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천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한집에 집단으로 어린 학생들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지내면서 학교를 다녔다는 것은 지극히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고, 이렇게까지 해서 어린 아이를 공부시켜야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조기유학생들은 자칫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소지가 많은 나이로 어른들의 보호와 관심이 한창 필요한 때다. 그런데 이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전문가나 전문기관이 아니고 일반인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관리한다는 것은 그 자체부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꼴이다. 사실이 발각되거나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누구든지 그 책임을 면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이번 웨스트베리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도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유학생들을 집단 합숙해온 한인업주들은 학생 한명 당 연 5만 달러씩 받고 이들의 생활과 학교통학을 도와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의 조기유학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앞으로 조기유학생들의 미국행은 더욱 러시를 이룰 것이고 이들을 상대로 한 집단합숙도 활개를 칠 전망이다. 한인들은 두 번 다시 유학생을 집단 합숙시켜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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