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산가족상봉과 통일

2009-10-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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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극적으로 만나는 장면을 보면 차마 눈뜨고 볼수 없다. 이들은 60년이나 그리던 가족상봉을 하고서도 나이들어 죽기전에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저미고 목이 메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만나지 못했을 때 보다 더 마음이 슬프다는 것이다. 이런 비극이 지구상에 어디 또 있을까. 이산가족의 상봉을 TV를 통해 볼 때마다 우리민족의 통일은 언제쯤이나 될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산가족이 울부짖는 광경을 보노라면 우리민족의 숙원인 통일은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명제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통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 기나긴 세월 남북한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다보니 하나로 합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이 주민을 굶주림과 도탄에 빠뜨리면서도 그동안 철저히 체재유지를 위해 군사력을 키워온 것만 보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요즘 부쩍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마지막 발악을 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공산국가인 동구라파나 소련도 서서히 개방되고 있고 중국도 요즈음은 많이 문호를 열어 나름대로 공산주의를 전환시키고 있는데 유독 북한만 문을 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이 그 증좌다. 김일성의 정권을 아들 김정일이 이어받고 또 그 정권을 그대로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하지만 이제는 주변의 여러 정황상 그게 별로 쉽지않을 것이다. 이제는 북한의 주민들도 TV나 컴퓨터, 혹은 관광객을 통해 보이지 않게 세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인들의 남한 동경은 문화나 풍물, 유행, 혹은 여러 가지 다른 분위기에 젖어들면서 생각이 바뀌고 공산주의 생활패턴에 서서히 변화를 가져오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통일은 결국 어떤 사상이나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문화나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적대감을 없앨 때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도 6.25사변 이후 미국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혈맹국가라는데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그들이 보이지않게 한국에 퍼부어준 식량지원도 미국에 대한 향수가 우리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당시 한국인들 중에 미국에서 보내온 초코렛, 우유가루 등을 안 먹어본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젊은이들도 미국을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돌아서면 미제상품을 좋아하고 또 미국에 연수든, 유학이든, 어떻게 해서라도 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안다. 어찌보면 물량공세가 사
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킨 아주 무서운 힘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북한에도 우리가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언젠가는 그들도 분명히 변하지 않을까. 사람이 변하면 체제도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지금은 핵실험이다, 미사일이다 계속 대내외에 힘을 과시하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민심이 변하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북한이 요즘 미국이나 남한에 전례 없는 태도를 보이고 하는 것은 막다른 골목에서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들이 밉지만 그래도 그들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지런히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이 우리에겐 멀고먼 염원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그것을 향해 쉬지 않고 가야 한다. 동독과 서독도 서로 왕래하면서 결국 하나의 독일로 통일되었다. 북한이나 남한이나 모두 돌아보면 지독한 피를 나눈 한민족의 후예임엔 틀림없다. 한민족은 수많은 외침 속에서 국토가 두 동강이 나도 끝끝내 살아남아 4천년의 역사를 꿋꿋이 이어가고 있는 강인한 민족이
다. 그것은 한민족 특유의 끈질긴 저력 때문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반드시 통일이 돼야 하는 이유다. 무슨 수가 나도 우리는 통일의 꿈을 이루어 더 이상 이산가족이 혈육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고통을 보지 말아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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