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벨위원회 잘 한 일이다

2009-10-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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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노벨상 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을 금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아주 잘 한 일이다. 대부분의 나라와 매스컴들이 의아함을 표명하였다. 노벨평화상은 평화에 실적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업적보다 기대에 두었고, 실적보다 격려와 동조의 의지를 노벨 위원회가 지구촌을 대변한 것이다. 사실 세계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초대강국 미국의 영도자로서 평화를 향한 강한 신념과 실천의 의지를 국내 국외에 이미 여러 번 웅변적으로 표명한 것이 오바마이다. 그 꿈이 이루어질지 안 이루어질지는 둘째 치고, 이 만큼 열정적인 평화 애호가를 세계의 지도자로 가져보기는 오랜만이며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벨 위원회의 미래지향적인 결정은 용감하고 가상하다. 노벨상 위원회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발표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과 노력을 중시하며, 국제정치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였고, 그는 유엔과 국제기구들의 역할을 재건하는 다자외교의 위치를 되찾았다. 지구의 기후 위기, 군축과 무기통제, 민주주의와 인권, 무엇보다 그는 전쟁보다 대화와 협상을 앞세운다.” 이 번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힘을 실어줄 것이며 세계의 리더로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최근 신문 보도에서 체벌을 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의 지능지수가 낮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칭찬과 인정이 인격 형성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옛날부터 교육학과 심리학이 한 결 같이 말해온 내용이다. 채찍이 능사가 아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노래를 잘 하는 소년이 살았다. 열 살 때 어머니는 아들을 성악가에게 데리고 갔다. 노래를 한 번 들어본 성악가는 한 마디로 성악 지도를 거절하였다. “시작도 하지 마십시오. 이 아이는 음악에 소질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을 더 격려하고 칭찬해주며 다른 음악가에게 지도를 받게 하였다. 이 소년이 세계를 놀라게 한 엔리코 카루소이다. 좋은 세상은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격려하며 밀어줌으로 가능하다.

팩스 로마나(PAX ROMANA), 곧 로마의 무력에 의한 평화 유지는 한낮 꿈이었다. 키신저가 국무장관으로 있을 때의 유엔 연설처럼 “지금은 어느 한 나라도 세계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서로 협조함으로 공조공생(共助共生)하여야 한다. 기러기의 생태에 대하여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기러기들은 줄을 지어 날아가면서 계속 운다. 그것은 지쳐서 부르짖는 비명이 아니다. 기러기의 울음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의 위치를 알림으로써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를 격려하는 나팔소리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기러기들이 여행 중 낙오자가 생기면 반드시 몇 마리가 낙오자와 함께 땅에 내려와 머물러 준다고 한다. 목청을 높여 서로 격려하며 불행한 동료와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은 사람들이 기러기에게 배워야 할 평화이념이 아니겠는가!

영웅의 개념도 진화한다. 옛날 서구의 영웅은 선교사들이다. 미개지에 들어가 고생도 하고 죽기도 하였다. 전쟁이 많았던 시대는 군인이 영웅이었다. 오늘날은 가수, 배우, 운동선수들이 영웅이다. 앞으로의 영웅은 평화의 역군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수는 천국시민의 자격을 “평화를 만드는 자”로 규정하였다. 독불장군(獨不將軍)의 시대는 지났다. 지구촌 코러스에 화음을 잘 맞추는 자, 잘 나눌 줄 아는 자, 좋은 협력자가 영웅이다. 옛날 지구에 ‘메가클로스’라는 학명이 붙은 큰 사슴이 살았다. 이 사슴이 멸종된 이유는 뿔
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 뿔의 무게에 눌려 자연도태된 것이다. 감투 좋아하다가, 너무 많이 짊어지려다가, 자기의 재주와 머리를 믿다가 쓰러지고 도태되는 현대의 메가클로스가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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