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경기도 지나간다

2009-10-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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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희(수필가)

불경기는 불경기인가 보다. 퀸즈지역 콜택시 로컬요금이 3달러 50전일 때 10달어의 기본요금을 내려니 무척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뉴저지에도 5달러 택시가 생기더니 경쟁하듯 3달러 택시도 등장했다. 로컬거리야 사실 2~3분 이내로 전 같으면 차를 타지 않고 걸었겠지만 샤핑을 한다던지, 짐을 들고 다닐 경우에 부담없이 호출을 하게 된다. 거기다 덤으로 몇 달러를 버는 듯한 느낌까지 들어 흐뭇해졌다.

신문에도 백화점, 대형 마켓의 바겐세일 광고가 눈길을 끈다. 소비자들은 세일가격에 길들여져 정품은 아예 살 생각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는 구두매장 앞을 지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합니다’라는 글귀에 솔깃해져서 예산에 없던 지출을 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한 달도 안 되어 밑창이
떨어져 나갔고 세일품이라 보상받을 수도 없었다. 세일용품으로 막 만들어 나온 물건을 재고품과 섞어서 팔았던 것이다. 가게 주인은 당장은 이익금을 얻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장사전략으로 볼 때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가장 경기를 안탄다는 먹는장사도 이번 서리만큼은 피하기 어려운가 보다. 잘 나가
던 식당 하나는 두 세 번 간판이 바뀌더니 아예 문을 닫았다.


정말 기발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도 있다. ‘불경기 바베큐 무제한 리필‘ ‘런치스페셜 8달러’ ‘한국식 무제한 고기부페’ 등등. 그러나 기발한 광고나 질이 떨어지는 가격인하로 시선을 잠깐 끄는 것 보다 가격만족, 품질만족의 양면작전으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는다면 오히려 불경기를 견딜 수 있는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얼마전 네일가게를 하는 이웃이 네일도 서비스업이라 말로 다할 수 없이 어렵다고 심각하게 말했다. 재료상을 하는 한 업주가 두 가지 가게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하나는 종업원을 감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요일에 문을 여는 것이다. 독실한 신자인 집사님은 일요일에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절대 불가이고, 일하는 사람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차마 그만 두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 서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고 하셨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나 혼자만 살겠다고 남에게 억울하게 하지 않고 같이 어려움을 나누다 보면 혹독하고 긴 불경기의 겨울은 지나고 경제의 꽃을 피울 봄날이 올 것이다. 이 땅 아래 무엇 하나도 영원한 것은 없다. 불경기도 반드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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