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정치력 신장보다 훨씬 쉬운 일

2009-10-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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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 영(취재 2부 기자)


유희라, 이윤재, 이은희, 안병구...이들의 이름이라도 들어본 독자들이 몇 명이나 있을 지 모르겠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연 예술가들로 모두 지난달 공연을 했다. 무용인 유희라씨는 ‘유 앤 댄서스’ 대표, 이윤재씨는 앙상블 212의 음악감독이다. 연출가 안병구씨는 지난달 라마마 극장에서 공연했고, 무용인 이은희씨도 최근 맨하탄 무대에 섰다. 기자는 이들에 대한 소개 기사나 인터뷰를 실었지만 막상 기자 자신도 이들의 공연을 보지 못했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한인 예술가일수록 반드시 보도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기자의 과장된 사명감일 지도 모른다. 뉴욕에서 악전고투하며 자신의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오히려 동포들만이 들어찬 무대보다는 주류 관객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포들의 성원과 참여는 분명
든든한 밑천이 되지 않을까? 자신의 극단 ‘한’을 만들어 4월 첫 공연을 마쳤던 배우 오영희씨는 두번째 작품을 준비하면서 백방으로 한인 후원자들을 찾았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각오한 것 보다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객석의 반만이라도 유료 관객이 든다면 얼마든지 해나갈 수 있다는 바람을 나타냈
다.


“한인들의 공연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꼭 돈 내고 보러가라”라고 한다면 “문화를 향유하는 것도 동포애나 사명감으로 하란 말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유를 해보겠다. 한인 로컬 광고들은 주류 방송이나 한국의 광고에 비교하면 정말로 수준이 떨어지고 유치하다. 하지만 이건 누구도 탓할 문제가 아니다. 비싼 제작비를 들일만큼의 자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이나 편집기술자, 광고 PD 들의 능력은 얼마든지 좋은 광고를 제작할 수 있지만 여건이 안된다. 지금보다 뉴욕지역 한인 경제 규모가 몇 배 이상 늘어나지 않으면 광고의 질이 향상될 수 없지만 이건 노력한다고 금방 향상되는 일이 아니다.

주류 문화 시장에 비교 한다면 한인 로컬 공연 시장도 광고 시장처럼 열악하다. 하지만 이건 동포들의 참여 여하에 따라 금방 향상될 수 있다. 연극이나 무용 등의 공연 안내를 본다면 그곳을 찾아 입장료를 지불하면 된다. 지금보다 그런 한인들이10%로만 늘어나도 공연인들의 수와 활동 기회와 수준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한인 정치력 신장, 경제력 신장 보다 문화 수준 신장은 훨씬 수월한 일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참여 자체가 즐거운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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