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 만도 못한 사람

2009-10-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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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로 (베이사이드트)


비록 어릴 적 일이지만 어느 추운 겨울 우리 집 삽살이가 5마리의 새끼를 낳았었다. 나는 그 모두를 방으로 안아와 어머님과 함께 이불 속에 있노라면 어미 개가 마루로 올라와 방을 향해 마치 내 새끼 내놓으라고 끙끙거리며 짖어댔던 생각이 난다. 하늘아래 동물 중 이처럼 개만큼 인간과 가까운 관계가 좋은 동물은 없다. 개는 주인이 근심스런 안색으로 돌아오면 슬슬 눈치 보며 저도 걱정스럽다는 듯 주인을 보고 있다. 또 주인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을 땐 목숨 걸고 몸 바쳐 충성 다하는 동물이다. 또한 주인이 사정 있어 며칠 만에 돌아오면 눈과 입가에 미소 지으며 나는 주인님을 사랑해요 하는 듯 애정의 표시를 확실히 한다.

이에 비해 인간세상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어떤 때는 인간다운 인간을 접하기가 어렵다. 끝을 모르는 물질만능주의로 인간이 잘못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집은커녕 먹을 것도 입을 것도 해결 못하는 형편에 이른 인간들도 생겨났다. 이들의 현실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 추구권마저도 빼앗겼다. 하다못해 개만도 못한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개가 인간의 허세와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고 비웃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나마 말할 줄 모르니 다행이 아닐까? 아무튼 인간은 그동안 무자비하게 자연을 훼손해 왔으며 좀 더 편하게 잘 살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 개발하여 발전시켜온 과학문명은 도리어 그들의 노예가 되면서 물질 만능주의 충족에 따른 결과가 되어 버렸다.
이런 꼴을 보고 개는 인간이면 인간답게 살라고 눈총을 준다. 인간이 분발해야 하지 않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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