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글날에 부치는 글…

2009-10-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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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 1부 부장 대우)

오늘(10월9일)은 제563돌을 맞는 ‘한글날’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일이다.뉴욕·뉴저지를 비롯한 해외 한인사회마다 자라나는 한인 후손에게 한국어를 교육하느라 주말을 통째로 반납한 채 수십 년씩 봉사하는 한인들의 수고는 누가 봐도 남다르다. 정규학교에서 한인은 물론 타인종에게도 한국어를 제대로 교육시키자며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한인들도 있다. 하지만 나름의 사명감으로 열심을 다하고 있는 이들을 한순간에 맥 빠지게 하는 것도 한인들이다. 흔히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만 아직도 한국어 교육에 대한 애정만큼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어실력이 곧 성공의 척도인 요즘 세상에 힘들게 미국이민까지 왔는데 굳이 한국어를 찾아다니며 배울 일이 뭐가 있냐는 반응부터 부모와 한국어 대화가 가능하니 학교에서 다른 외국어를 배우면 다국어 구사자로 키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대답도 흔히 들을 수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은 과연 그 사실을 몰라서 중국어 교육에 그렇게 열성인 것일까? 자국어와 영어로 미 정규과정을 동시에 가르치는 이원언어 교육프로그램을 보면 미동북부에서 한국어 이원언어는 PS 32 초등학교 한 곳 뿐이다.


반면, 뉴욕시에는 서반아어 이원언어가 70여개에 다다르고 중국어도 최근 매년 한 두 곳씩 늘어나는 동시에 입학지원자가 몰리는 상황이다. 마치 맨하탄 부유층의 사립유치원 입학경쟁을 방불케 해 한국어 이원언어와는 대조적이다.
학자들은 부모가 가장 편한 언어를 자녀가 완벽한 모국어로 습득했을 때 비로소 제2, 제3외국어를 익히는 튼튼한 토양이 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
이민 1세들도 잘못된 한국어 표기를 남발하는데 단지 일상적인 대화소통이 가능한 자녀의 한국어 수준에 만족한다면 세계가 알아주는 ‘교육 열성 한인 부모’의 모습이 부끄러운 일이다.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최근에는 문자가 없는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하기도 했다. 또한 유네스코는 세계 각국에서 문맹퇴치사업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에 매년 ‘세종대왕문해상’도 시상하고 있다. 이처럼 자랑거리가 많은데도 한글날 기념행사는 각 지역 주말한국학교 단위로 펼쳐지고 있는 수준이다. 총영사관에서는 매년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기념식 등이 열리지만 한글날 기념행사는 없다. 올해 한글날은 뉴욕·뉴저지 한인사회가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함께 생각해보는 기
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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