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칭찬하는 엄마

2009-10-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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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경(뉴욕 가정상담소 청소년 상담가)

요즘 젊은 엄마들은 인터넷 등의 매체로 인해 예전의 부모들에 비해 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들의 입수가 굉장히 빨라졌고, 이로 인해 아이의 양육에 관해서는 전문가 이상의 지식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열성에 비해 아이를 대하는 요즘 부모들의 태도는 상당히 이기적이다. 아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원하는가를 듣고 보기보다는 세상이 원하는 가치 기준과 잣대에 아이들을 끼워 맞춰, 내 아이가 남들보다 낫다고 자랑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길 원한다.

아이의 성향과 성격과 전혀 상관없는 일관된 모습-보편적으로 자립심이 강하고 리더쉽이 있으며 외향적인 성품, 즉 부모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상향의 자녀의 모습대로 나의 자녀를 억지로 만들려 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기고 소통하기 보다는 이미 모든 것을 아는 부모인 나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라고 자녀에게 요구하고 강요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또는 자녀를 위한 ‘헌신’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의 이와 같은 잘못된 열성과 노력은 물론 자녀를 향한 사랑에서 시작된 것임에 분명하고, 자기 스스로에게서 또한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바르게 성장하려면 잘못된 부분만을 보고 지적하며, 강요하기 보다는 먼저 아이가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가다리며 믿어주고, 현재의 좋은 부분을 먼저 칭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신뢰가 없이는 훗날 타인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은 깊이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필자에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 중, 남들과 활발히 어울리지 못하며 소심하고 까다로운 성격으로 부모에게 늘 지적받으며 그에 비해 활발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의 동생과 비교 당하던 C가, 자신은 자신조차 믿을 수가 없으며 난 분명 실패할 거라고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아이를 향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뱉었넌 내 아이를 향한 말들이, 행동들이 아이에게 과연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지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려면 부모가 아이의 작은 행동도 놓치지 않고 잘하는 부분을 아낌없이 칭찬해 주는 노력과 기다림,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내 말대로 따라야 하는 ‘내 아이’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밖에서 온 몸을 땀으로 적시고 들어왔을 때 빨리 씻으라고 소리치기 보다는, 손을 먼저 닦을 수 있도록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손을 씻어야 먹을 것을 주지 않겠느냐고 아이에게 정중히 부탁 한다. 또 아이가 손을 닦고 나오면 다른 더러운 곳을 가지고 인상을 쓰기보다, 깨끗이 닦은 그 손은 먼저 과장한다 싶을 정도로 칭찬하며 그 손에 입을 맞춰준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의 다른 더러운 부분을 돌아보게 된다. 저렇게 깨끗한 손을 보고 기뻐하는 엄마를 실망시킬 수는 없으니 말이다. 칭찬의 범위가 이렇게 조금씩 확대되어 가다 보면, 아이는 결국 밖에 나갔다 올 때마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목욕을 하게 될 것이다.

열 번을 잘못하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렸다가 한번 잘하는 부분을 감사하고 칭찬하고 사랑하고 안아주면, 아이는 엄마의 신뢰를 져버리고 싶지 않아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며 엄마가 칭찬했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노력이고, 기다림이고 인내이다. 내가 원하는 부분만 보고 잘못은 지난 것까지 보태어 야단치는 엄마는 아이에겐 빵점 엄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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