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가위만 같아라

2009-10-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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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기만 했던 불황의 터널 저 끝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희미하지만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을 주는 신호다.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두 자리를 넘어 선 실업률, 증가세가 여전한 파산과 폐업에 더해 고개 숙이지 않는 신종플루까지 아직도 어둡고 우울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8년 내 최대 폭으로 증가한 소비자지출 등 하나 둘 늘어나는 장밋빛 경제지표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오늘은 추석이다. 이번 주 들어 타운의 상가에도 추석풍경이 곳곳에서 보인다. 햇과일과 토란, 색색의 송편이 쌓인 마켓과 떡집은 추석장을 보는 발길로 제법 붐비고 차례 상에 오를 제기 판매가 눈길을 끄는 가하면 양로원의 외로운 노인들을 위로하는 봉사의 손길도 펼쳐지고 있다.90도를 넘게 치솟던 폭염도 이제는 물러가는 모양이다. 가을이 오는 것이다. 하늘이 높아지고 바람이 선선해지는 청량함 속에서 정신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10월의 첫 주말에 맞는 금년 추석은 오랫동안 지친 우리의 일상을 일으켜 세우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추석은 옛부터 행복한 명절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잊어버린 어렵던 시절, 새 옷 한 벌이나 햅쌀밥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었던 날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우리 고유의 명절에서 각자 행복 찾는 비결을 배웠으면 한다. 밖에서 짓누르는 불황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소박한 일상에서 작은 만족에 감사하는 마음의 자세부터 되찾아야 한다. 쉬지 않고 열
심히 일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그러나 가족이 모여 토란국과 송편을 나눠먹든, 혼자 창밖의 휘영청 아름다운 보름달을 바라보든, 금년 추석엔 각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행복을 찾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가정의 미래도, 커뮤니티의 미래도 그 구성원이 얼마나 건강한가에 달려있다. 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건강이다. 개인이 행복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 많아져야 커뮤니티의 미래도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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