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윈윈 전략”

2009-09-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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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취재 2부 기자)

‘앤디 앤 뎁(Andy&Debb).’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맨하탄 브라이언트팍과 인근 살롱에서 열린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 ‘메르세데스-벤즈 패션위크 2010년 봄 콜렉션’에서 유난히 돋보였던 한인 디자이너 브랜드였다.
‘앤디 앤 뎁’은 맨하탄 파슨스스쿨을 졸업한 앤디 김·데비 윤 커플이 1999년 론칭한 브랜드로 2004년 ‘제8회 서울 패션인상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뉴욕 패션계에서 경력을 쌓다 이제는 한국을 기반으로 사업 중이다.

이번 패션쇼에는 ‘앤디 앤 뎁’ 외 ‘두리(Doo.Ri)’의 정두리씨, ‘모나키 컬렉션(Monarchy Collection)’의 에릭 김씨도 참여했다.특별히 ‘앤디 앤 뎁’이 눈길을 끈 것은 한번쯤 입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돋보이는 의
상도 한 몫 했지만, 그보다는 패션쇼 참가자들에게 증정한 선물 백 때문이다.
선물 백에는 다름 아닌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샘플들이 들어있었다. 양사간 어떤 계약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장품을 보자마자 참으로 돋보이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미 동·서부의 아모레 매장 체인화,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맨하탄 소호에 마련한 스파, 할리우드 연예인과 주류 언론사 대상의 각종 화장품 이벤트 등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주류사회 진출에 적극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한국 화장품을 미국인들에 알리기에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을 텐데 이번 패션쇼를 통해 제대로 마케팅한 셈이다. 게다가 길거리에서 그냥 나눠주는 증정품이 아닌 명성 있는 행사장의 증정품으로 배부되었다는 점에서도 받는 이들에게는 꽤 많은 크레딧을 얻었을 것이 분명하다.

패션쇼 참가자의 대부분이 전 세계 패션 회사의 바이어와 연예인, 패션 매거진 기자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들을 통한 상품 홍보 효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점에서 ‘앤디 앤 뎁’의 이번 패션쇼는 단순히 자사 상품 홍보 무대만은 아니었다. 한국인이 디자인한 한국 의류와 한국 화장품의 절묘한 만남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의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많은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자사 상품을 외국 시장에 홍보할까를 고민하며 고군분투한다. 글로벌 시대에 시장 규모가 커지고, 소비자층이 다양해 진 요즘 혼자 움직이면 힘들다. 윈윈 전략이 요구된다. ‘앤디 앤 뎁’이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자사가 출연한 패션쇼에서 간접 소개한 것을 보면서 바로 이런 것이 윈윈 전략을 활용한 효과적인 홍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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