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변화하는 동북아에서 일본의 거취

2009-09-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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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내년 개최지로 한국을 결정함으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경제대국 일본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구겨졌다. 세계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 타격이 적으면서 또한 빠르게 회복하는 롤모델 국가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내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이 동북아지역에서 새로운 균형자 역할로 국제사회를 리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지자 지역패권에서 기득권 상실에 가속도가 붙은 일본으로서는 초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에 딴지를 거는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며 G8에서 확장된 G20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경제선진국으로 새로이 부상하자 아시아에서 유일한 G8국가로서 누리던 영향력 축소에 일본은 고심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과나름대로 탄탄한 입지를 쌓고 있는 한국에 비해 일본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국가면적이나 인구수, 자원등 모든 면에서 결코 대국이 아닌 일본이 지금껏 경제대국으로 호황을 누렸던 것은 절대적으로 미일동맹의 덕이다. 동아시아전략의 핵심기지로 일본을 선택한 미국이 경제, 군사적 측면에서 일본의 부흥을 뒷받침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정상화로 미일동맹에 더 이상 중심점을 두지 않음은 물론 오바마 정부는 한국에 상당히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며 한미동맹의 전망 또한 밝다. 내년 G20 개최지로 한국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도 오바마가 주도적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동북아에서 중국과 한국의 부상에 반비례하여 가장 퇴색해지는 나라가 일본이다. 미일동맹을 발판으로 세계2의 경제대국으로 누리던 부귀와 영광이 중국의 급성장과 미국의 위축으로 거취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유엔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동북아에서 군사강국으로서 입지를 강화하려 하나 역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가 통일되어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면 일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최근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민주당이 정권을 잡음으로써 일본은 기존의 미일동맹에 의존하던 전통적 외교관계에서 벗어나 동북아에서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새로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모색하려 할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는 일본의 힘이 축소되는 과정에 대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국가 정체성면에서도 국제사회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일관계에서 역사교과서의 왜곡은 물론 미의회에서 위안부문제가 상정되어 통과되었을때도 지속적으로 오리발을 내밀어 국가정체성면에서 이미 신뢰감을 상실했다. 더욱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최강의 지위를 누리는 미국과 새로이 떠오른 중국과 지역패권의 주역으로 단단히 한몫을 할 한국에게 일본은 역사적으로 전혀 우호적이거나 달가운 상대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껏 일본이 자국의 경쟁력만을 우선순위로 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융화와 화합을 위한 리더십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유엔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이려해도 영향력있는 강대국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부유하는 작은 섬나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쇄락하는 일본이 일신하여 기존의 힘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일본 스스로가 물어야 한다. 20세기말 중국, 러시아, 미국등 세계대국들에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 작은 일본이 더이상 국제정세에
대처할 순발력이나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는한 작은 섬나라에 그들의 국가에너지를 가두는 작은 국가가 될 것이다. 한국도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갖춘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을 교훈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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