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물

2009-09-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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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물. 물처럼 귀중한 것 또한 없다.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곡기는 먹지 않아도 40일 이상을 살아남는다. 그러나 물을 마시지 않으면 일주일을 버티기 힘들다. 그러니 금식기도를 하는 사람도 반드시 물은 먹어야 한다. 물을 먹지 않으면 창자가 비틀리고 말라버려 사람이 살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물은 생명이다. 인간의 몸은 약 70%가 물로 돼 있다. 인간뿐만 아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 모든 생명은 물에서부터 시작되며 물로 유지된다. 천체 과학자들이 외계에도 물이 있음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직도 외계에 생명 존재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이처럼 물은 곧 생명으로 직결된다. 물은 화학적으로는 산소 분자 둘에 수소 분자가 하나로 구성돼 있어 ‘H2O’라고 불린다. 물을 많이 먹으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몸속에 부족한 산소를 물을 먹어 채우라고 하는 뜻도 담겨 있다. 하루에 여덟 컵 정도가 아주 적당한 양이라 한다. 덜도 더도 말고 매일 물을 몸에 채워주는 것은 건강에 아주 이롭다.


노자는 물을 도에 비유했다. 물은 네모진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된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된다. 뾰족한 그릇에 물을 담으면 물도 뾰족해 진다. 가느다란 곳에 담으면 물도 가늘어진다. 이처럼 물은 담는 용기에 따라 변화된다. 변화되면서도 전혀 불편해 하지 않는다. 적응한다. 잘 조화된다. 순종한다.
노자는 물처럼 살아가라 한다. 정말 담는 그릇에 따라 순종하며 조화되는 물처럼 살아간다면 이 세상사는 것이 늘 평안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딪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뭐라 해도, 그렇지. 저 사람이 자기를 좋지 않게 얘기해도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어떤 사람이 어떻게 한들 물처럼만 산다면 싸울 일이 없을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절대로 밑에서 위로 흐르는 물은 없다. 또 장애물이 있으면 옆으로 피해 흐른다. 이 같은 물의 성질은 겸손을 나타낸다. 늘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 남의 말을 잘 경청해 줄줄 아는 사람. 나보다 남을 더 좋게 여기는 사람.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사람. 물 같은 사람들이다. 언젠가 한국의 대통령 중에 물 같은 대통령이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이다. 노태우를 물태우라고 하는 말들이 있었다. 생각하기에 따라 나쁘게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좋게 생각하면 물같이
정치를 하여 오히려 서민들에게 한층 더 다가가는 친근감 있는 대통령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낮은 곳으로만 내려가는 물.

이런 물도 한 번 화나면 잡을 길이 없을 때가 있다. 바다의 풍랑과 폭우로 빚어지는 홍수, 혹은 해일(쓰나미)같은 것이다. 이런 물은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 졸졸졸 개울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합쳐진다. 작은 물일 때는 힘이 없어도 큰물이 되면 사람도 어찌할 수 없게 된다.
사람도 이런 사람이 있다. 물처럼 조용하게 늘 피하며 고개만 숙이고 살던 사람도 한 번 화가 치밀면 홍수처럼 밀어붙일 때가 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종류의 사람은 친절하고 부드럽다. 늘 남의 말을 잘 들어 준다. 남을 배려한다. 그리고 항상 좋은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 번 이게 아니다 싶으면 해일처럼 일어나 버린다. 그러나 고쳐야만 한다.

물. 물 자체는 순수하지만 그 물에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용도가 바뀔 수 있다.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이 된다. 물에 독을 풀어 마시게 하면 사약이 되고 물에 약을 풀어 마시게 하면 몸 보신제가 된다. 누구의 손에 어떻게 물이 쓰이냐에 따라 물의 용도는 천양지차를 나타낸다.
이명박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물의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현재 인류의 10억 명이 물 부족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물 관리 협력’을 제안으로 내놓았다. 잘한 일이다. 인류의 미래는 물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생명의 원천이 되는 물. 물을 아껴 써야 함은 지당하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새들까지도 물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 오늘 이 시간에도 물이 없어 고통당하며 죽어가는 많은 생명들이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하며 물이 풍부한 나라 미국에 사는 것 또한 감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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