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속된 한국어 프로그램

2009-09-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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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혜(뉴욕시 공립학교 한국어/ESL 교사)

나는 보통 아침 5시 정도면 일어난다. 먼저 그 날 가르칠 것들에 대한 교안도 짜고 그것이 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고 교안을 프린트 한다. 2008-2009년도에는 6학년 한국어 1, 7학년 한국어 2, 8학년 한국어 2, 그리고 9학년 한국어 1을 지도하였는데 진도가 다 달랐다.

특히 한국어를 배우는 6학년과 9학년 신입생들은 특별 활동 등을 많이 해서 한국어에 대해 흥미를 유도하는 것도 큰 과제 중 하나였다. 그래서 항상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최근에는 학교와 관련돼 참 가슴 아팠던 일도 겪었다. 아시아의 세 언어 위주로 문을 열었던 우리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갑자기 한국어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정색하며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얘기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예산 삭감과 프로그램 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혹 예산 문제라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 볼 수도 있고, 프로그램 문제라면 학교 자체 내에서 해결해야 될 것 같았다. 아무튼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한국어 반이 폐지되게 생겼으므로 무슨 조치라도 해
야만 했었다.


그동안 한국어 프로그램이 나름대로 성공적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선호도에 있어서 나름대로 수업에 흥미를 더 해줄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어 반에서는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어 한국어반 아닌 학생들이 부러워 하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했지만, 언뜻 이런 얘기도 했다. 왜 우리 학교가 한인타운 중심에 있는데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느냐고… 그 다음부터 신속히 움직여야 했다. 임시로 East-West 학교를 위한 Ad Hoc Committee를 만
들어 범 교포적인 지원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인 지역 내에 교육 관계자와, 현 교육위원, 구 교육위원, 한인학부모회, 뉴욕한인회 회장, 시의원 출마자 등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우리 학교의 한국어반 유지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한 결과 우리 학교를 방문하여 교장과 면담을 하게 되었고, 교장의 고민을 들은 방문자들은 사태를 직접 파악했으며 학교를 돕고 싶다는 의도를 교장에게 전달하게 되었다.

또 학교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여 교장 선생님을 찾아 뵙고 관심을 표명하였다. 아무튼 교장은 마음을 바꾸었고 내게 조용히 다가와서 9월부터 한국어 1반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셨다. 충분히 기뻐할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제는 한국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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