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귀담아 듣지 않는 사람들

2009-09-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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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사건에 연루되어 법정에 나오는 한인들 중에 재판 진행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일을 그르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예를 들어 폭행혐의로 입건되었던 사건에서 혐의 사실이 미미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면서 단지 그 피해자와 접촉을 금지하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 관해서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아 까맣게 모르고 법정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법원이 내린 이 고발인 접촉금지 명령을 위반하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흔히 있는 가정폭행 사건에서는 사건에 입건된 남편은 잠정적으로 법원의 허가 없이는 피해자인 부인과 접촉을 할 수 없다는 명령을 받는다. 법원에 출두한 첫날 내려진 이런 조건을 알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거나 다시 부인과 말다툼을 벌여서 이번에는 사건 위에 접촉 금지한 법원명령 위반 혐의가 더 추가되어 사건이 심각하게 발전된 경우를 많이 보아온다. 몇 해전에는 이런 위반행위에 아주 과민하게 대처하는 판사가 있었는데 부부가 법정에 나란히
않아 있는 것을 목격한 판사는 이 날 피고인인 남편을 법정 구속해버린 경우가 있었다.


형사법원에는 이런 법원명령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히 다루는 경향이 있고 흔히 9개월 징역형을 구형하는 것이 관례이다.이런 접촉 금지 명령 뿐 아니라 음주운전 선고에서 음주운전에 관한 교육 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조건 또는 몇 일간의 봉사 활동 명령이나 손해배상을 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한 청년이 음주 운전혐의로 벌금형과 더불어 이 음주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선고를 받았다. 이 청년은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지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까맣게 모르고 벌금 무는 날 법정에 나왔다. 판사는 다시 날짜를 연기하고 다음 법정 기일까지 이 증명을
제출하도록 연기해 주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기한 안에 교육을 마치지 못한 청년이 다시 법원에 나왔을 때 판사는 본래의 선고를 모두 취소하고 15일간의 구류형형을 선고하고 그 자리에서 법정 구속해 버렸다.

최근에는 흔치 않는 경우로 법정 구속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역시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던 탓으로 일어난 일이다.1개월 여 전에 폭행혐의로 체포된 중년 여인이 있었다. 피해자에게 심한 상해가 있었는지 무려 1만달러의 보석금 명령이 내려졌지만 이 여인은 바로 보석금 본드회사를 통해 1만달러에 해당
하는 본드를 제출하고 석방되었고 10 월중에 열릴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본드를 발행하는 회사는 그 장본인이 도망가지 않는다는 담보를 제공한 것인 이상 피고인의 움직임을 감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여인이 본드를 발행 받을 당시에 본드 회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회사에 나와 면접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주소, 전화, 번호 등의 신상 사항에 관한 질문에도 엉거주춤 대답하고 말았는데 여러 군데서 오류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면접 날 회사에 나타나지 않는 피고인에게 즉각 연락을 하려 했으나 오기된 주소지와 전화 번호 때문에 연락이 쉽지 않았다. 본드 회사는 즉시 발행한 본드를 취소하고 피고인을 법정으로 구인했다. 본드회사의 본드 취소 결정을 통보 받은 법원은 당연히 보석금 지불이 결여된 피고인을 법정구속하고 말았다.
법정에서 구속되는 과정에서 여인은 이런 면접 약속을 한 일이 없다고 펄펄 뛰었지만 별 수 없이 형무소에서 재판을 기다려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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