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력 추방만이 인류의 살 길

2009-09-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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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가 9월25일 유엔 연설을 앞두고 미국에 온다고 한다. 리비아 정부 소유의 주택이 뉴저지 주 잉글우드에 있으므로 여기에서 묵을 것으로 예상하고 잉글우드 시장과 뉴저지의 상하 양원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예 미국 땅을 밟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극단론도 있다.

국제테러 연구가인 크리스토퍼 도브슨 씨가 카다피를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카다피는 “당신들 영국인이 리비아 사람까지 걱정할 건 없소이다. 나는 내 나라 사람만 손대고 있으니까.”하고 태연하게 말했다고 한다. 자기 나라 사람은 자기가 마음대로 고문하고 죽여도 좋다는 오만 불손한 폭군이다.
애국심을 내세운 자살 테러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9.11 세계무역회관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 TV는 아랍 국가들의 거리 풍경을 보여주었다. 어른뿐이 아니라 아이들까지 거리에 나와 테러를 축하하며 춤추고 노래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테러를 찬양하는 것일까?


이 세상에는 독재자를 맹종하는 국민들, 빗나간 교주를 맹신하는 종교인들, 전쟁을 찬양하고 테러분자를 영웅시한 역사도 적지 않았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폭력을 가르치는 것은 주의, 사상, 신앙, 체제를 막론하고 악마적인 죄악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하였다. 그것은 미국의 극우파 인종차별주의 단체들이 이락과 아프가니스탄에 출전했던 베테란들을 불황과 취업난의 기회를 타서 돈으로 포섭하고 있다는 것이다. FBI가 내사하여 공식적으로 발표한 숫자만도 일곱 개의 증오집단이 고용한 베테랑들만도 이미 200명을 넘어섰다.

이락과 아프가니스탄 출신 병사라면 미국에서도 정예부대이다. 가장 훈련이 잘 되고 가장 실전에 경험이 많은 프로 전사들이다. 미국의 인종차별주의 단체란 흔히 아는 KKK 이외에 일곱 개의 큰 집단이 있다. 그들은 모두 백인이며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이고 증오심이 가득 찬 우익 단체들이다. 그들의 공격 목표는 흑인과 유대인이 1차적이지만 백인 이외의 유색인종은 모
두가 증오의 대상이다. 신문이 한탄하는 것은 엄청난 국민의 세금을 들여 잘 훈련해 놓은 용사들이 증오집단의 마수에 걸려 두통거리를 양산(量産)한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들이 모두 ‘폭력’에서 나온 것이다. 증오심에서 폭력으로, 복수심에서 폭력으로, 집단이기주의에서 폭력으로, 권력에서 폭력으로, 우월감에서 폭력으로, 축재에서 폭력으로, 사회 불만에서 폭력으로, 등등 폭력이 활용되는 범위는 거의 무한대이다. 한국의 60년 정치사에서도 얼마나 많이 폭력의 난무를 보았는가! 폭력도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법이겠지만 간디의 말대로 폭력으로는 절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바웬사는 노벨평화상 수상연설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인류의 문제들이 나를 반대하는 자들을 제거하고 남의 머리를 잘라냄으로서 해결되리라는 잘못된 기준을 버려야 한다.

작은 폭력이든 큰 폭력이든 폭력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폭력은 주먹 칼 총 폭탄만이 아니다. 눈 흘김 한 번이 증오의 씨가 될 수 있고,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과격한 언사, 남의 속을 긁는 말, 모욕적인 행동, 부정적 비평 등이 모두 폭력이다. 예수가 자기의 생애를 통하여 증명한 것은 사랑이 폭력을 이긴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진리이다. 폭력을 방편으로 살던 자의 말로가 비참한 것은 역사가 증거한다. “화평케 하는 자가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마태복음 5:9)라는 예수의 선언은 오늘도 역시 진리이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평화와 통일은 맞물려 있다. 통일 없이 한반도의 평화는 생각할 수 없고 평화의 방법을 통하지 않고 조국의 통일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교육에는 반드시 통일을 위한 교과과정이 들어있어야 하며 종교는 통일을 기원만 할 것이 아니라 통일을 향한 구체적인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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