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촛불시위

2009-09-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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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숙(뉴저지)

몸은 비록 미국 땅에 살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고국소식이 목말라 한국위성TV를 시청하는 교포로서 뉴스시간 종종 상영되었던 촛불집회들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어린 두 딸이, 비롯 시야가 안보여 실수라 하지만, 무지막지하게 탱크에 사고를 당했을 적에는 온 국민이 슬픔을 못 이겨 촛불을 태우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모임마다 온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은 듯이 촛불은 밝혀졌었다. 특히 소고기 파동 때는 극에 달했었다.

그런데 요 며칠 나는 너무도 의아하기만 하다. 왜 이리 조용할까? 그 어떤 때보다도 내 가슴은 뛰고 있는데 말이다. 평온하기 만한 야영지에서 어린아들과 고이 잠들었던 아빠들이 자식만이라도 살려보려고 초인간적인 힘까지 발휘하여 아이스박스를 밀면서 헤엄쳐 강가로 밀어 넣고 본인은 탁류에 휩쓸려 갔으며 아무 죄없이 8살난 어린 생명이 차가운 죽음으로 돌아왔건만 그 누구하나 저들의 죽음 앞에 촛불을 밝히는 자 없으니 내 가슴은 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소고기 파동 때는 미국 내에서도 유학생들을 비롯하여 소수의 무리지만 촛불시위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북의 방류사건은 마땅히 온 교포들이, 온 국민들이 촛불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모두가 수장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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