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어, 주눅들 필요 없다

2009-09-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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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주부)

얼마 전 여름 휴가로 다녀온 선교캠프에서 미시간 의대 다니엘 박 교수가 강의를 시작하면서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가 무엇인가 하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당연히 영어! 라고 했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중국어, 불어, 독일어, 나중에는 한국어까지 나왔다. 정답은 ‘broken English’. 거대한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 안에서는
말할 것 없고 전세계적으로 표준 영어보다 소위 엉터리 영어가 더 잘 통한다니 역설적이기도 하다. 강사는 표준 영어를 구사하는 자신보다 자신의 부모님의 영어가 바깥에 나가서는 의사소통이 잘 되더라고 한다.

이민 생활 하면서 ‘그놈의 영어’라고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어 때문에 유리 천장에 부딪혔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다니엘 박 교수에 의하면 그런 짧은 영어를 쓰는 1세들이 미국 안에서 이룬 업적이야말로 표준 영어를 구사하는 2세들에 못지않다. 투 잡, 쓰리 잡 뛰면서 밤낮으로 일해서 사업적인 성공을 거둔 1세들도 많고 먹고 살기 만도 벅찬데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웠다. 언어 장벽이 오히려 1세들을 채찍질해서 독특한 업적을 낳게 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언어 장벽을 조금씩 허
물기 위해 영어 공부에 힘을 쏟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기죽을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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