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책임 능력이 인격이다

2009-09-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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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가인가. 그의 ‘개학 연설’을 들은 느낌이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나. 그는 긴 학창시절 최선을 다하였고 두 딸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TV 수퍼스타가 되려는 헛꿈 대신 책임감 있는 꿈을 키워라’고 외쳤다. TV스타가 아무나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타고난 모습과 재주를 갈고 닦아서 샛별처럼 한철 유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고 하더라고 청소년들이 동경하는 대상에 틀림없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기 때문에.그는 ‘어렵고 힘들더라도 한 걸음씩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누구든지 꿈을 이룰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그에 마땅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어떤 꿈을 가지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의 바탕이 없는 꿈이루기는 모래밭 위에 짓는 성일 수 밖에 없다. 꿈의 방향에 관계없이 교육은 그 주춧돌이 된다. 그는 ‘외모, 집안 출신, 가정 환경을 탓하며, 숙제를 하지 않고, 버릇없이 굴고, 수업을 빼먹고, 학교를 자퇴하는...’ 일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는 정치가이면서 교육가라고. 결국 그는 자기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연설을 하였기 때문에 감명을 준다. 그가 살아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그의 말을 신뢰하게 된다. 그는 한마디로 학생이 갖기를 바라는 ‘책임감’을 역설하였다. ‘책임’은 자기가 맡는 일이다. ‘책임감’은 책임을 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여기에 관하여 안병욱 저 ‘철학 노트’에 있는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3단계로 나눈 인간을 소개한다. 첫째로 동물로서의 인간이다.


인간성의 제일 밑바닥에는 동물성이 있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자고 생활하는 고등 동물이다. 둘째는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인간은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이성적 사고(理性的 思考)에 의해서 인간은 동물의 차원을 초월한다. 셋째는 인격으로서의 인간이다. 인격(人格)의 본질은 책임 능력에 있다. 여기에 인간의 자랑이 있고, 품위가 있고 존엄성이 있다. 칸트는 인격의 본질을 ‘책임 능력’으로 본다. 그가 얼마나 책임을 중요하게 알며, 그 능력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책임이란 각자가 맡는 일이다.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시설을 맡았다. 교사의 책임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다. 학생은 공부하는 일을 맡았다. 학부모는 학생의 뒷바라지하는 일을 맡았다. 사회는 학생에게 실험하고 체험하는 장소를 제공하는 일을 맡았다. 정부는 시민의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운다. 이와 같은 각처 각자가 책임을 지킬 때 좋은 교육이 이루어진다.

새 학기다. 새 출발을 한다.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들은 새롭게 책임감을 느끼며, 새롭게 학습내용과 교수 방법을 연구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그들이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학생들이 각자가 책임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이것들은 학부모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안다.

첫째, 놀 때와 공부할 때를 분명히 하자. TV를 보면서, 게임을 하면서, 전화를 걸면서 공부가 제대로 될까. 몇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현대인이라지만 한 때 한 가지 일만 하자. 둘째, 숙제를 반드시 하자. 저녁 들기 전에 하는 것이 좋겠다. 놀고 나서 숙제하던 버릇이 있다면, 순서를 바꾸자. 셋째, 복습하는 버릇을 키우자. 공부한 것 중에서 의문이 있으면 다시 알아보자. 넷째, 생각하는 것을 즐기자. 생각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 아니고 내 자신을 풍부하게 하는 길이다. 다섯째, 책을 많이 읽자. 교과서는 기본이고, 좋아하는 책, 알고 싶은 책, 재미있는 책 등을 두루 찾아 읽자. 책은 지식의 보고이다. 책은 생각할 수 있는 자료의 보고이다.

자녀가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집안 일 중에서 자녀의 몫을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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