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시대의 노년은

2009-09-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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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 (훼이스 크리스찬 대학 교수)

노인들은 현재 주어진 노년의 삶을 영위하고 있음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사실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노소를 불문하고 질병이나 사고, 상해 그리고 죽음에까지 노출되어 있는데 자기 운명의 신의 가호로 황혼의 인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맙고 축복된 일인가. 세계보건기구가 2년전 발표한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5세, 미국은 80세, 일본인은 82.5세에 이르렀으며 한국은 656p이상 노인인구가 총인구비율에서 10.3%를 차지, 고령화시대에 진입하였다고 한다.

근년 미국의 맥아더연구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섭생의 개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하여 65세-75세를 초기 노년기 75세-85세를 중기노년기 86세 이상을 후기노년기로 분류하였다. 그런데 초기노년기는 노년기중 청년시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65세에 퇴직하더라도 사람의 수명이 길어져서 20년 이상을 은퇴생활의 분위기 속에 유유자적하며 맴돌 수만은 없게 되었다.


노인학 전문가들은 질병을 피하고 기억력 향상을 위한 자신감을 길러내고 사회적 역할에 계속 관심을 갖고 참여함으로써 노년의 여정이 의미 있게 연장되어 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모든 계획이나 일은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적이지만 노년에게는 회상의 과거시간을 현재 이 시간에 기억해 내고 찾아내어서 그 기억들로 지금의 순간순간을 값지게도 아름답게도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이 시간을 중히 여기고 주어진 여건을 잘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면서 지금 이 시간을 찬란한 노을 빛처럼 태우며 노년다운 품위를 잃지 않고 의연한 자세를 견지해 나가는 것이다.

심리학자 퍼얼스가 강조한 ‘현재.여기’의 논리는 노년기에 이른 사람에게 절실히 적용된다. 먼 훗날이 아니고 오늘 친구를 만나고 손자를 만나고 병원도 다녀오고 컴퓨터클라스에도 출석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이 시간을 생기 있게 살아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노년’을 쓴 로웨박사는 노년들의 기억력을 지각능력으로 보고 학습될 수 있고 향상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기억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동기를 일으키고 노력을 고취시키는 반면 기억력을 통제할 수 없다고 믿는 이들은 스스로 포기하고 노력을 게을리하게되어 잠재하고 있는 능력이 하향곡선을 긋게 된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20대부터 30대 또는 30대에서 40대 10년 단위가 인생의 과정에 크다란 획을 끗는 시기가 되고 사회적 실적을 쌓으며 인생의 봄과 여름을 누려왔다면 다시 펼쳐지는 제2의 인생여정에도 아직도 생의 휴면상태가 아니라 계속 사회적 생산에 참여하고 활동해 나가도록 인생궤도에 수정이 가해지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많은 70대 80대 노년들이 전문직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퇴직 후에는 평생교육학교에 등록하여 과거에 원했으나 실현하지 못했던 직종을 선택하여 전문과목을 이수한 다음 전문직으로 다시 출발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체력은 쇠락했으나 두뇌의 기능은 활발히 살아있어 과거의 재능 지식 기술을 발휘하여 일의 즐거움을 지속하고 있다. 노년들은 선거의 향방이나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고 보수 전통의 뿌리를 이루어 진보나 혁신의 진로를 받쳐준다. 요즈음은 노년인구의 증가와 사회발전의 기여도가 실버산업을 성장시켜 경제구조 전환에 동력을 제공하기 시작했음도 눈여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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