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자살예방 시스템 마련할 때

2009-09-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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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 1부 부장대우)

최근 한국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로 10만명당 26명, 연 1만2858명(2008년)이 목숨을 끊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 통계는 하루 35명으로 43분마다 한 사람씩 자살하는 꼴이다. 더구나 20, 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바로 한국이 씻을 수 없는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이유다.

이같은 한국 자살문제의 심각성은 최근 뉴욕한인사회에도 그대로 투영돼 나타나면서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뉴욕 및 뉴저지 일원에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인 자살인구가 거의 4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같은 자살 수치는 예년보다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한인사회의 자살급증 현상에 대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장기불황으로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생활고와 처지를 비관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업실패, 가정불화, 빈곤 등으로 우울증을 겪다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한인들이 빠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이전에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던 20~30대 젊은층의 잇단 자살이 한인사회의 자살률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일면서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더 이상 개개인의 의지 박약과 무책임만 탓하고 있기엔 사태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한인사회에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자칫 ‘자살 커뮤니티’란 오명을 얻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인사회에는 현재 이렇다 할 자살예방 시스템이나 대책 수립이 전무 하다시피한 게 현실이다.

다행히 중앙장의사가 지난 달부터 뉴욕과 뉴저지에서 자살예방 세미나를 연이어 마련해 자살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고 있고, 에바다 선교회는 자살을 고민하는 한인들을 위한 무료 생명의 전화 서비스 준비 작업에 발 벗고 나섰다. 몇 마디의 상담과 전화선 하나가 곧 생명을 건지는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 생명 살리기 운동에 나서게 됐다는 게 이들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제 9월10일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제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중앙장의사와 에바다 선교회의 자살예방 노력이 밑거름이 돼 앞으로 한인 커뮤니티 전체차원의 자살예방시스템 구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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