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제보전화

2009-09-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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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 (취재 1부 기자)

가끔 제보전화를 받다보면 곤란한 위치에 놓일 때가 있다.
민사소송 문제나 경찰에 신고접수가 안 되는 사건 등을 신문사에 “신고”하며 도움을 요청할 때가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한다. 대부분이 구입한 물건을 둘러싼 상가와 손님간의 대립 상황이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직접 업체 측에 전화를 넣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기도 한다.

여러 제보 전화 중에서도 가장 곤란할 때는 바로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소송을 낼 수도 없어 마지막 해결책으로 신문사에 전화를 건 경우다. 얼마 전에도 한인 주부로부터 이런 종류(?)의 제보전화를 받아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이야기인 즉 발레파킹을 시켰다가 부서진 차를 식당측에서 고쳐주기로 했는데 사고발생 2주가 다되도록 보상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식당측에서 고쳐주기로 했다고 해 경찰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미 사고 당일로부터 시간이 상당히 흘렀던 터라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민사문제라 기사로 내기도 어렵고 직접 업체측에 전화를 해 합의를 유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고민을 하다가 311 핫라인에 신고를 해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얼마 뒤 주부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받게 됐다. 신고를 하기위해 발레파킹 업체 이름 등을 알아보려 식당측에 전화를 했다가 차량 수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한편으로 잘 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그다지 편치 않았다. 식당측이 손님이 신고를 하겠다고 하고 나서야 잘못을 인정하고 차를 고쳐줬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정직하게 나섰다면 식당측도 신고를 하겠다는 손님의 협박(?)을 받지 않았을 것이고 손님도 2~3주나 속 끓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만약 ‘우리 모두가 정직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불쾌한 일로 신고방법을 찾는 손님도 예상치 못한 협박을 받는 식당도 없어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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