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형사법원의 단골 손님들

2009-09-08 (화)
크게 작게
박중돈(법정 통역)

퀸즈 형사법원에서 단골이라 불리는 한국인 피의자 몇몇이 있었다. 이들은 백화점이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잡혀온 경범들인데 풀려나서 불과 몇 달이면 다시 잡혀 들어오곤 해서 단골이라 별명이 붙은 사람들이다.플러싱에 거주하는 40대의 한 부인은 백화점에서 이 짓을 하다 처음 들어왔을 때 법원에서 재
판 전에 보석 자료를 위해 신상 조사 면접을 하는 과정에서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등 개인의 신상 사항에 관해서 모두 답을 거부했다. 이럴 경우 법원은 ‘성명미상’이라는 뜻의 ‘Jane Doe’ 라는 이름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관례대로 이런 범죄의 초범에게는 하루에 끝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치면 6개월 기소유예 처분으로 관대하게 처리해 주는 것이 이곳 법원의 관례이다.
이 여인 역시 이런 처분으로 풀려났지만 정해진 날자에 교육을 받았다는 증명을 제출해야 사건이 종결되게 되어 있었지만 이 여인은 그 길로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그 뒤 불과 서너 달 뒤에 이 여인은 또 꼭 같은 혐의로 잡혀 들어 왔는데 이번에는 신상조사 면접에서 이름과 주소 등을 꼬박 꼬박 다 답했지만 모두가 가짜였다. 벌써 두 번째의 사건이고 첫 번째의 선고대로 교육을 받지 않았던 기록 때문에 이번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지 못하고 문란행동(Disorderly Conduct)을 했다는 위반혐의로 3일간 봉사활동 일을 하도록 선고했다.


나는 이 여인의 처신으로 보아 이번에도 당연히 이 봉사활동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6개월 정도가 지난 날 아니나 다를까 이 여인은 또 같은 짓으로 잡혀 들어 왔는데 당연히 봉사활동은 하지 않았으며 지문조회 결과 그 동안 낫소 카운티에서 역시 같은 혐의로 체포되어 30일간 구류를 살고 나온 기록이 나왔다.이 정도의 사건 경위를 보더라도 이 여인은 틀림없이 정신병적인 도벽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는 이런 전과 기록과 두 번에 걸친 법원 선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력 때문에 입건 재판에서 바로 선고를 하고 끝내지 않고 재판일정을 연기하면서 석방하지 않고 보석금 명령을 내리게 되었고 다음 재판 날까지 형무소에 갇혀서 기다려야 하게 되었다.

열흘쯤이 지난 다음 공판 날 검찰은 그동안 형무소에서 지난 것을 처벌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구형을 하여 이날로 재판을 끝내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날 법원은 검찰의 구형대로 처벌을 끝낸 것으로 선고(이런 것을 Time served라 칭한다) 하고 이 여인은 풀려나게 되어 있었는데 법원 조서에 단서가 붙어 있었다. 이 여인이 그 동안 형무소에 갇혀 있는 기간에 이민국이 이 여인이 불법체류 신분이란 것을 밝혀내었고 재판이 끝나는 대로 이민국이 신병을 인수하겠다는 통지서가 첨부되어 있었다.그러니까 형사사건으로 인한 재판은 끝이 났지만 이날 이후로 이민국의 추방절차에 들어간다는 통지이다. 이래서 그동안 망신스럽게도 자주 들락거리던 단골손님이 아주 사라지게 되어 시원섭섭한 감회를 맛보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