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의 세기는 올 것인가

2009-09-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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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미 국가 정보국이 발표한 ‘글로벌 트랜드 2025-변화하는 세계’ 보고서는 앞으로 15-2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국가로서 중국을 지목한다. 중국은 2025년이 되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주요 군사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 진단한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에 도전하는 신흥경제대국으로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로 구성된 브릭스(BRICs)중에서도 가장 잠재력이 큰 단일국가는 역시 중국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부상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1978년 개혁 개방정책을 채택한 이래 비약적인 경제 발전이다. 중국은 무역흑자로 인한 막대한 달러보유로 금융위기 때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금고로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이에 편승하여 세계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를 위협하며 위완화의 절상을 요구하는 것도 당연하다.


둘째는 군사대국으로의 거취이다. 중국은 경제적 부흥에 힘입어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군사력 팽창으로 동북아에서의 패권확보는 물론 이 지역을 장악해온 미국의 대체세력으로 도전장을 내는 것이다.

셋째는 정치력의 향상이다. 경제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행사이다. 미중 전략 경제대화도 중국이 미국에 대적할 유일한 국가라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중국의 부상에 바짝 긴장하며 미국은 견제정책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9.11 테러를 계기로 정치, 군사, 안보, 경제전반에 타격을 받고 휘청이자 결국 틈새를 비집고 내부성장을 발판으로 급부상한 중국에 초강대국으로서의 자리를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조성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미봉책으로 중국을 견제하던 부시정부의 강경정책을 배제하고 오바마정부는 세계화합을 위한 리더십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세계무대에서 2인자의 자리를 인정함은 물론 대등한 관계로까지 격상시키는 전략적 아이러니를 구사하게 된 것이다. 북한문제해결에도 중국의 절대적 역할과 영향력 행사를 강조하며 동북아에서 중국의 패권확보를 부추기고 있다.그러나 한 국가의 경쟁력을 산출할 때 단순히 강대국으로서 영항력만으로 논할 수 없다. 전 세계적 차원의 리더십이 초강대국으로서 진정한 국가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능가할 중국의 리더십은 예측하기 어렵다.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나토가 건재해 유럽에서 영향력뿐 아니라 유엔을 비롯해 국제핵확산 금지기구(NPT)등 각종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그 영항력 또한 단일국가로서 최고치에 이른다.

미국이 세계안보와 평화에 깊이 관여하며 각종 지역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와 더불어 세계최대의 국방력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설령 중국이 방대한 지역에 인구력을 바탕으로 경제대국이 된다 해도 세계정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진정한 패권국가는 될 수 없다. 일본처럼 경제강국이 군사강국으로도 성장할 수 있지만 자국의 방어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이해관계에 따른 군사력 강화일 뿐 세계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념과 리더십이 부재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세계사를 주름잡는 중국의 세기는 결코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재정이 바닥난 미국이 비록 중국에 구걸한다 해도 그것만으로 진정한 세계파워의 자리는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위상이 더욱 높아지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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