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의 전직 대통령

2009-09-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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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자유기고가)

지난달 18일, 향년 86세를 일기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파란만장한 생을 마쳤다. 한국역사상 정치인으로서 가장 혹독한 옥고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수장(水葬) 직전의 절대절명의 순간까지 겪어야 했던 장본인이기에 한층 더 연민과 사랑을 받은 분이다. 한국정치의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쳤고 2000년 남북화해의 장을 여는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전직 대통령이다.

취임사에서 “결코 호남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 향후 우리 정치사에 지역감정을 없애겠다!” 라고 호언장담한 한국정치인들 특유의 허언을 남긴 장본인임인 사실이 서글프기 그지없다. 과연 국민으로 부터 진정 추앙을 받을 수 있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덕목과 행적을 남겼는지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쇠고기 파동과 국회 파동 때 민주당 의원들과 추종 행동대원들은 물론 전 국민과 시위대에 자제할 것을 호소하지 않았던 고인의 머리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
었을까?

106일간 ‘촛불시위’로 3조 7천억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그토록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국리민복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하는 훌륭한 전직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1천억원이 넘는 재산을 축적했다고 소문이 도는지? 세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까지 몰아온 비리자금 163억원은 돈으로 여기지도 않는 코 묻은 소액이라고 치부되는 곳이 한국이다. 불과 얼마 전, 고인은 ‘호남이 단결하여 이명박 독재정권을 몰아내야 한다’고 일갈을 했다고 한다. 이런 분을 두고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격상시킬 수 있는 모델이라고 하면 어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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