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어반이 활성화 되려면

2009-09-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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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혜(뉴욕시 공립학교 한국어/ESL 교사)

지금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학교는 2006년에 새로이 설립된 공립학교로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다 있는 좀 색다른 학교이다. 이 학교의 이름인 East-West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동서 국제학 학교)에서 보듯이 동양의 문화를 강조해서 가르치고 종국에는 동양 문화와 언어에 친숙한 학생들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교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언어를 상당히 중시하는데, 제2 외국어로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만을 제공하고, 각 학과목 교과 속에 적어도 한 달에 한번씩 이 세 나라의 문화나 그와 관련된 어떤 것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세 나라를 비교 검토해 보는 Culture Study반이 있고 2008년부터는 풍물이 정식 음악 코스로 지정되어 전교생의 거의 반 이상이 풍물 음악 수업을 받고 있다. 그래서 2008년에는 한국어와 풍물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한 분 더 채용되었다.
2006년 설립 당시 두 반이던 한국어반이 2009년 가을학기에는 6학년에서 12학년까지 각 학년마다 한 반씩, 여섯 개 반이 제공될 예정이다. 한국어반 수강생들은 거의가 비한국계 학생이다.


2009년 현재에 한국어반 학생 수는 약 140명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런 비 한국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국에 대해 배워 본 적이 없다. 다만 한가지 유리한 점은 우리 학교가 플러싱이라는 한인타운 한 가운데에 있어서 학생들이 주변의 한국적인 환경에 접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한류 덕에 상당 수의 아이들이 한국에서 한창 유행하는 노래나 영화, 드라마 등에 접하면서 한국어에 흥미를 느끼기도 하고 또 한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국 친구와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어서라는 아이들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런 몇몇 동기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를 비 한국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데 어려운 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마땅한 교재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시중에 여러 교재가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문법 등이 설명된 것이 없고, 특히 중 고등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교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둘째로 언어를 가르치는 데에는 문화 교육이 절대로 필요한데 지속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서 만든 영상물을 보여주고, 전문 단체와 연락하여 특강도 준비하고, 교실에서 음식도 만들어 보고, 색종이도 접어보고, 노래도 배우고 하면서 한국을 좀 더 알 수 있도록 특별활동 시간을 만들어 보았으며, 가능한 한 달에 한번씩은 이런 특별활동 수업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처럼 단편적으로 소개받는 것에서 나아가,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며 배우고 싶어한다. 그들은 한국화, 한국 무용, 태권도, 한국 노래 등을 클럽 활동을 통해 계속 배우고 싶어하지만, 이것은 학교에서 제공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문화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분들의 강사료 등을 지원받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런 제도적인 보완이 마련된다면 비한국계 학생들의 한국어 교육은 물론 한국 문화의 이해가
한층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바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지름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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