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미용 서비스도 거품?

2009-09-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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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취재 2부 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부동산 경기에 거품이 빠져 투기가 아닌 실수요 목적의 구매자가 왕 같은 대접을 받는 시대다.주택 시장이 바이어스 마켓으로 전환하면서 과거 셀러 마켓일 때 쉽지 않았던 가격 네고와 주택 내부수리 요청 등이 쉬워졌고, 셀러들도 바이어의 요청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다. 주인이 고객 눈치를 살피는 상황인 셈이다.부동산 시장처럼 요즘 미용업계도 거품이 빠진듯 한 인상을 준다.과거 어느 때에 비해 헤어 펌이나 컷 등 세일하는 업소가 유난히 많아졌다.

플러싱 노던블러바드를 지나다 보면 업소 밖에 세일한다고 써 붙여 놓은 광고 문구를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일부 업소는 신문지상에 세일 광고까지 낸다. 광고도 단순히 세일한다가 아니라 기존의 얼마에서 할인가가 얼마인지 가격비교를 해 놓고 있어 보는 이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J업소는 세일 이벤트와 함께 오전 방문 고객에게 모닝 스페셜을 적용한다. H업소는 백투스쿨 프로모션으로 10월말까지 세일하며, S업소도 이미 몇 개월 전부터 펌 세일을 실시해 오고 있다. 비단 플러싱에서만이 아니라 맨하탄 미용업소들도 세일한다. 평소 가격 때문에 머리 손질을 망설였던 여성들에게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광고 문구를 보면서 머리나 할까 하고 망설이지 않는 여성이 어디 있을까.

조금이라도 싼 것에, 세일 상품에 혹하는 것이 일반적인 소비 심리인데 왠지 찝찝하다. 손해 보는 장사치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업소들이 이렇게 세일을 하고도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서비스 비용에 거품이 끼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불경기 세일 이벤트를 통해 고객과 업주가 모두 좋은, 마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이벤트가 나쁘지는 않지만 왠지 그동안의 서비스 요금이 높지 않았나, 왜 그렇게 높았을까 하는 의문
이 생긴다. 어쩌면 지금의 세일가격이 거품 빠진 서비스 비용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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