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왜 여성이 행복해야 하나

2009-09-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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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얼마 전 본국지에서 ‘여성이 행복한가’ 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았다. 눈길을 끌어 보니 여성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성용 콜택시와 여성우선 주차장과 그리고 하이힐이 끼지 않게 도로 정비 등을 위해 지난 2년 전부터 1억 400만 달러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없애주기 위해 ‘여성이 행복한 도시’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프로젝트가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여성의 지위를 재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 이유는 여성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긴 했지만 정작 한국여성들이 부닥치는 현실의 어려움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여성들이 구두를 신고 편안히 걸을 수 있는 도로의 정비와 전용 콜택시의 신설 그리고 여성 우선 주차장이 마련된다고 해서 이 땅의 여성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왜 국가기관이 나서서 여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보려고 거금을 투자하려는 것일까?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행복해야 그 가정과 사회와 국가조직이 원만하게 굴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를 낙원에서 끌어낸 것이 여자라면, 남자를 다시 낙원으로 인도할 수 있는 자도 여자요, 여자뿐이라고 미국의 철학자 엘버트 헙버드는 말했다. 어느 가정을 보더라도 여성들이 행복을 느끼는 가정은 건강한 가정이다. 어머니가 행복을 느끼고 아내가 행복한 가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정이다. 그런 가정들이 모여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안정된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한국도 요즘은 여성들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남편 혼자 벌어서는 생활하기가 힘들어서 함께 맞벌이 하는 집이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여성들은 직장 생활과 살림, 그리고 육아라는 이중 삼중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국가적 사명은 현대여성들이 안고 있는 이러한 짐을 보다 가볍게 해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사실 미국에서 일하는 한인주부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여성천국과 여성상위를 어느 나라 보다 더 강조하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여성들의 삶은 한국에서 보다 오히려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이민생활은 한인 여성들에게 있어 모든 짐을 안고 가야만 한다는 현실을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여성천국이라고 하는 미국에 와서 산다고는 하지만 어찌 보면 상위는커녕 최하위의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러고서도 여성의 행복을 운운할 수 있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여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봐야할 과제이다. 우리는 우선 여성을 대하는 기본사상이나 자세가 변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을 진정한 삶의 동반자요 멀고 험한 인생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 가야하는 파트너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어진 아내는 그 남편을 귀하게 만들고 악한 아내는 그 남편을 천하게 만든다고 명심보감은 말한다. 이민사회 경제를 반석 위에 올린 일이나 2세들을 성공적으로 키운 힘 뒤에는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땀과 수고와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남성들이 일궈내고 한인사회가 이룩한 모든 업적의 숨은 공로자는 바로 여성인 것이다.

훌륭한 남편이 훌륭한 아내를 만든다고 하였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버튼은 “땅의 남성들이여 행복하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배우기 바란다”고 하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최상의 행운도 되고 최악의 불행도 된다는 말이 있다. 그대 남성들이여, 여성의 소중함을 아는가. 훌륭한 남편이나 위대한 영웅 뒤에는 반드시 그에 걸 맞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중동지역에서 내려오는 지혜전승에 의하면 남편 된 자들아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 저는 더 연약한 그릇이요, 생명의 은혜를 유업으로 함께 받을 자로 알이 귀히 여기라고 하였다. 여성들도 살아있는 동안 오직 선행으로 남편을 도우며, 집안을 두루 살피고 열심을 다하는 이상적인 아내의 상을 실현하는데 열심을 다해야 한다고 이 지혜서는 더불어 강조한다. 주기 싫으면 받을 생
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유능한 여인의 값은 진주보다 더 뛰어나다.
juyoung@koreatim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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